LG전자의 삼성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 당사자인 삼성과 LG가 합의함에 따라 법정에서는 '재물 손괴' 혐의에 관한 공방이 벌어졌다. 삼성 측이 합의한 이상 기존에 문제됐던 명예훼손 혐의로는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27일 재물 손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 본부장 등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조 사장 측은 "문제의 세탁기에 생긴 결함이 조 사장의 행위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3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세탁기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추가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검찰이나 삼성전자 측이 (사건 발생 후) 두달 반 동안 압수목록에 있는 세탁기가 어디에 보관됐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또 " 통상적인 운송 과정에서는 세탁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프를 붙이는데, 압수한 세탁기는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검찰이 압수한 세탁기 7대를 보관한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압수한 세탁기 7대에 대한 검증은 동의하지만, 세탁기를 포장하고 개봉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세탁기 재질 자체가 회복탄력성이 좋아 1년 동안 상태가 회복됐으면 됐지, 운송과정에서 더 부서지는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측이 동의한 세탁기 현장검증 절차를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현장 검증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다음달 17일 오전 11시 20분에 열린다.
LG와 삼성의 세탁기 분쟁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에서 자사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을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