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용산·코엑스 ‘지역 안배’ 눈길… HDC신라면세점-현대百-신세계는 가문 맞물려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마감이 사흘 앞(6월 1일)으로 다가오면서 출사표를 던진 유통공룡들이 마지막 서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에 배당된 두 장의 티켓을 따내기 위해 무려 7개 기업이 총출동, 저마다 자신들이 적임자라며 사업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관세청이 내놓은 평가 항목인 경영능력과 입지, 상생노력 등에 방점을 찍고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7개 후보업체, 입지·상생 등 차별화 강조 = 7개 후보 기업 중 유일하게 강남 코엑스를 입지로 택한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경험이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다. 모두투어를 비롯한 중소기업들과 연계해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해 상생 항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무역센터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것도 현대백화점에겐 가점 요인이 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과 동대문에서 벗어나 ‘용산’을 승부수로 띄운 HDC 신라면세점. 독과점 부담과 면세사업 운영능력 전무라는 각각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세운 합작법인이다. 아이파크몰에 영업면적만 1만3200㎡(4000평)의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준비했고, 관광버스도 한 번에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확보했다.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시내면세점 1순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후보다.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을 통째로 면세점 입지로 제시한 신세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후보다. 면세점 공급이 절대 부족한 명동 상권의 상황을 반영해 입지를 선택한 신세계는 최근 매입한 SC은행 건물도 관광편의 시설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20년 숙원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남대문 시장 활성화와 연계해 본점 본관의 면세점 변신을 ‘신의 한 수’로 평가한다.
황금색 ‘여의도 63빌딩’을 선택한 한화는 면세점 운영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가장 평가점수가 높은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은 제주면세점 운영에서 검증됐다고 강조하고 있는 한화는 거리 면에서도 공항과 가깝고 여의도 일대의 관광 인프라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롯데와 SK네트웍스가 각각 서울 동대문 피트인과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후보지역으로 확정했고, 이랜드는 홍대 입구 서교자이갤러리를 부지로 택했다. 서부권 유일 면세점이라는 게 눈에 띈다.
◇같은 가문에 두장의 티켓?… ‘안배론’ 부각 = 6월 1일 입찰이 마감되면 관세청은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에 들어가 7월 중순쯤 업체를 선정한다.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절반 이상 포함하고, 평가 방식을 더욱 세분화했다.
하지만 관세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찰전에서는 벌써부터 ‘안배론’이 파다하다. 롯데의 경우 현재 6개의 시내면세점 중 3곳을 차지하고 있다.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긴 했지만 재벌가끼리의 합작이라는 게 걸린다.
지역 안배와 교통 문제도 사업자 선정의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서울의 관광인프라가 명동 일대에 몰려 있어 새로운 관광지와 콘텐츠 개발, 주차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여의도와 용산, 코엑스를 입지로 정한 업체들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재벌가 나눠먹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찌감치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으면서 HDC 신라가 선정될 경우 범현대가(현대백화점)와 범삼성가(신세계) 등 ‘관세청이 같은 가문에 몰아줄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들린다. 신세계나 현대가 승리하면 HDC신라의 자동 탈락 시나리오도 마찬가지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만큼은 관광산업 개발이라는 애초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 “면세점 사업은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지역상권 발전 등 전반적인 파급 효과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특혜 사업이라는 인식 하에 점유율이 높은 회사를 견제하거나 재벌간 안배를 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