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후 논란 수습 감안할 때 비현실적… 권한쟁의 심판도 검토
청와대가 29일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반발하면서 향후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하는 시점에 대응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은 15일 이내 이를 공포해야 하는데 만약 이의가 있으면 15일 이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이를 다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야당의 반발 등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 국회가 다시 의결(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그대로 시행된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이미 국회 재적의원(298명)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위헌소지 언급에 대해 “법률과 시행령 사이에 생기는 충돌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쐐기를 박은 상태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심판은 국회, 정부, 법원 등 국가기관끼리 헌법·법률상의 권한 및 의무에 대해 다툼이 있을 경우 이를 심판하는 제도다.
일례로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의 직권상정 금지조항 등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해 위헌에 해당한다며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다.
단, 권한쟁의심판은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과 달리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청와대가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당정협의를 통해 국회의 권한남용 방지와 정부가 법률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의 권리를 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