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대규모 지분 매입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최근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 매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보유를 공식화한 4일 302억원어치(43만8571주)를 순매수한 데 이어 5일에도 785억원어치(105만6781주)를 순매수했다.
특히 5일 매수 규모는 연기금의 삼성물산 하루 순매수액으로는 통계자료가 존재하는 2006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연기금이 4∼5일 매수한 149만5352주는 삼성물산 지분의 1%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삼성물산과 합병이 예정된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349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연기금은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 합병 발표를 계기로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왔다.
지난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9거래일 동안 2천262억원어치(331만5668주)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의 삼성물산 지분은 2.12%나 증가했다.
양사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가 흐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에 투자를 늘려가던 차에 엘리엇의 공격적 지분 매입 소식에 매수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늘렸는지도 관심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5월 12일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9.79%(1574만8893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그 후 삼성물산 주식을 더 사들였을 개연성이 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3대 주주 엘리엇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면서 내달 주총을 앞두고 세 모으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측에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합병안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재무적 투자자의 성격이 강한 연기금의 삼성물산 비중 확대가 일단은 반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꾸로 엘리엇이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 증가는 삼성그룹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사 합병계획 발표 이후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2.11%까지 떨어졌다가 엘리엇의 등장 이후 급등해 33.75%까지 늘어났다.
엘리엇이 이달 3일 거래 상황까지만 공시해 4∼5일 추가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엘리엇이 치밀한 작전 계획을 세워놓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엘리엇이 2대 주주인 삼성SDI의 지분율 7.39% 이상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