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축적되어 온 여러 잠재위험이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현재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글로벌 금리 정상화와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5년 한은 국제컨퍼런스’에서 “양적완화 등 주요 선진국이 시행해 온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경기 및 금융안정 회복에 대체로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도 이같이 우려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글로벌 금리정상화에 수반될 수 있는 잠재위험을 상기시켰다. 그는 “대규모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제주체들이 부채를 늘리고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많이 투자해 왔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경제주체들의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예상 외로 큰 폭 상승하게 되면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채무상환부담 증가, 투자손실 발생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며 “또 이는 실물경제를 다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잠재위험으로 이 총재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으로부터 국제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2013년 5월 ‘긴축 발작(taper tantrum)’현상에서 경험했듯이,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 해외자본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율 및 시장금리 급등이 초래되고 결국 성장과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150여명의 국내외 경제학자, 국제기구 및 중앙은행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해 글로벌 금리정책 정상화 앞두고 다양한 혜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기조연설을 한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위원장은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시·거시적 정책이 요구되는데,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공급측 충격과 글로벌 금융여건의 변화에 유의하면서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