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미선나무는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의 특산식물이다. 지금 이 시기쯤 미선나무를 찬찬히 살펴보면 무성하게 자란 잎 사이로 연한 초록색을 띤 특이한 모양의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납작하고 둥그스름하게 생긴 미선나무 열매는 영락없는 부채 모양 그대로이다. 열매 끝부분이 움푹 들어간 모양은 선녀들의 파초선을 닮았다 하여 식물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이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미선나무는 3~4월에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은 보통 새하얗게 피며 고급스런 향기가 은은하게 풍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꽃 모양은 개나리와 비슷하다 하여 서양에서는 아예 흰개나리(white forsythia)로 부른다. 그러나 미선나무와 개나리는 넓게는 같은 물푸레나무과 식물이지만 전혀 다른 식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화색이 개나리와는 확연하게 다르며, 꽃잎은 더욱 가늘고 깊게 갈라졌으며 크기도 상대적으로 더 작다. 줄기와 가지도 개나리에 비해 약간 가는 편이며 네모진 것이 특징이다. 미선나무는 세계에서 1속 1종뿐인 식물로 특이하게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식물이다. 자생식물 가운데 종 단위에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자생하는 식물이 몇 종이 있지만, 속 단위 전체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미선나무의 학술적 가치가 더욱 높고 개발 가치도 크게 기대되는 식물이다.
미선나무는 일본의 식물학자인 도쿄대학의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교수가 1917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처음 발견해 학계에 알려지게 됐다. 그 후 1924년에 미국의 아놀드 수목원 및 1934년 영국의 큐 식물원에 알려지면서 유럽 각국에도 소개됐다. 자생 미선나무는 꽃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수형도 단아하며 키가 높게 자라지 않는 관목형 목본류이다. 조경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수종이 관목류 소재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경제수종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식물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흰 꽃이 피는 개체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자생지에서 분홍색을 띠는 꽃, 상아색을 띠는 꽃 등과 같이 화색에서 다양한 변이를 나타내는 형질도 조사된 바 있다. 이미 학자에 따라 별도의 품종으로 분류된 경우도 있으나 앞으로 지속적인 육종 과정을 통해 우수한 원예종으로의 개발 가치가 무궁무진한 식물로 기대된다.
현재 미선나무의 대표적인 자생지는 충북 괴산. 진천, 영동 등을 비롯해 전북 부안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생지에서 사람들의 무분별한 남획에 의해 개체수가 제한적인 실정이다. 그러므로 괴산군 일대의 주요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 종으로 관련법에 의해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생지는 적당히 경사진 지형에 햇빛이 잘 들고 물빠짐이 좋은 토양 조건으로 조사됐던 바, 환경 적응성이 뛰어나고 성질이 강건한 식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식물 육종에서 필수적인 영양번식이 잘 이뤄지는 수종으로서 조경식물이 갖춰야 할 요소를 모두 지닌 자생식물유전자원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고유의 생물유전자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보전하는 데 큰 힘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이들 생물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지닌 경제자원으로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가 됐다. 언젠가 자생 미선나무가 세계 원예인들을 사로잡는 재배종으로 거듭 탄생하는 날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