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오픈AI 등 빅테크서 수요 ↑
SK도 HBM3E 수혜 가팔라질듯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을 통한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블랙웰을 먼저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대량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수혜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1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에서 엔비디아 블랙웰을 탑재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그룹 내 통신사업부인 소프크뱅크 코퍼레이션은 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일본 내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초로 DGX B200 시스템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DGX B200은 블랙웰 그래픽저장장치(GPU)가 탑재된 최신 AI 슈퍼컴퓨터 시스템이다. 이전 세대인 DGX H100 대비 훈련 성능은 3배, 추론 성능은 15배 강화했다.
아울러 소프트뱅크는 차기 슈퍼컴퓨터에 더욱 발전된 버전인 엔비디아 그레이스 블랙웰이 탑재된 플랫폼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는 “엔비디아의 지원 덕분에 일본에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만들게 됐다”며 “많은 연구원, 학생, 스타트업에 제공해 그들이 더 나은 접근을 하고,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앞서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블랙웰 아키텍처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블랙웰은 전력 소모량에 따라 B100과 B200으로 나뉜다. B100 기준 데이터 처리 연산속도는 전작인 H100 대비 2.5배 빠르고, AI 추론 성능도 30배 향상됐다. GB200은 B200 칩 두 개에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GPU)를 결합해 만들어지고, DGX B200은 GB200을 기반으로 AI 서버까지 갖춘 토털 솔루션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블랙웰 설계 결함으로 엔비디아가 연내 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황 CEO는 직접 나서 문제가 해당 해결됐다며 기존대로 연내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블랙웰 공급 협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10월에도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에 블랙웰 샘플을 공급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블랙웰 1년 치 물량이 모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엔비디아 칩에 대한 시장 수요가 견조하면서 SK하이닉스가 얻는 반사이익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HBM3(4세대)에 이어 올해는 HBM3E(5세대)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3월 HBM3E 8단 제품에 이어 지난달에는 12단도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6단 제품 개발도 공식화하며 내년 초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HBM이 실적을 크게 견인하면서 SK하이닉스는 3분기 7조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블랙웰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 성장세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H100에는 HBM3가 6개 탑재됐었는데, 블랙웰 기반 B100·200에는 HBM3E가 8개, GB200에는 16개가 각각 탑재된다. 고성능 HBM이 더 많이 필요한 셈이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간 협력도 더 끈끈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황 CEO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기조연설 중간에 영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협업으로 더 적은 메모리로 더 정확한 연산을 수행하고, 동시에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했다”며 “여전히 더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내후년 출시 예정이었던 HBM4(6세대) 12단 제품을 내년 하반기로 당겨 출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