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제작자는 웃으며 “웬일이세요. 배기자는 연기자에 대해 극찬하는 경우가 드문데 김명민에게 찬사를 하네요. 안심이네요”라고 말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김명민이 맡은 배역은 정도전역이다.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KBS에서 ‘정도전’을 방송한데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러 차례 다룬 정도전을 다뤄 배우로서는 연기할 경우 다른 배우와 비교의 숙명을 지게 돼 부담을 안게 된다. 하지만 김명민이 맡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는 지난 2004년 방송된 ‘불멸의 이순신’타이틀롤을 맡아 이전의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드러낸 이순신장군과의 차별화된 인간의 얼굴을 한 영웅, 이순신을 표출해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전국민이 아는 영웅 이순신장군을 연기한다는 자체가 부담입니다. 또한 ‘불멸의 이순신’이 이전의 작품에서 보여 준 이순신장군과의 차별화 된 부분이 많은 점도 힘들지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는 이순신 장군 역을 보여드리겠습니다.”그리고 김명민은 1년 동안 104부작이 방송된 대작 ‘불멸의 이순신’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 김명민은 새로운 이순신을 시청자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종방 파티에서 만난 김명민에게 “약속을 지켜 새로운 이순신 장군을 만나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감사합니다”며 쑥쓰러워 했다. 그리고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캐릭터로만 시청자와 관객을 만난 김명민이기에 어떤 배역을 맡아도 기대와 관심을 갖게 된다.
시청자와 관객뿐 아니다. 동료 배우들도 그렇다. “김명민 선배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 확실히 이끌어주는 분과 연기를 하다보니까 연기 레슨을 받는 것 같다. 잊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신다. 다시 배우는 느낌이다.”2014년 4월29일 열린 MBC 수목 드라마 ‘개과천선’ 제작발표회장. 여자 주연을 맡은 박민영이 밝힌 이 드라마 출연 이유다.
김명민(43), 드라마‘불멸의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 ‘하얀 거탑’ ‘불멸의 이순신’‘드라마의 제왕’ ‘개과천선’, 영화 ‘페이스메이커’‘연가시’‘내 사랑 내 곁에’ ‘무방비도시’‘조선명탐정’… 그의 출연 작품을 보면 관객과 시청자, 전문가, 그리고 동료 배우들이 김명민에게 배우로서 무한 신뢰를 보내는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김명민은 대한민국에서 연기력에 관한 한 첫손가락에 꼽히는 명배우다. 늘 캐릭터로 살아나고 배역으로만 대중을 만나는 연기자다.
김명민은 철저히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는 배우다. 그는 어떻게 변호사 김선주라는 극중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TV화면 너머의 시청자에게 진정성과 공감을 부여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변호사 지인을 만나 어투에서부터 법정에서의 모습까지 설명을 들었다. 또한 법정 장면을 직접 보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파악했다. 미국 드라마 등 국내외 법정 드라마와 서적을 통해 연구도 했다. 법정 장면을 연기할 때는 변호사를 초빙해 조언을 듣기도 했다. 내가 만난 변호사와 드라마의 모습은 큰 간극이 있었다. 변호사의 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극적인 부분을 드러내도록 노력하겠다.”얼마나 캐릭터에 연구에 치열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하얀 거탑’에서 김명민이 의사 수술 장면을 연기하기위해 병원에거주하며 의사의 모습을 관찰하고 한 장면을 위해 수백번 연습 했다는 안판석PD의 말과 김명민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1분 정도의 장면을 연기하기위해 10시간 촬영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이재규 PD의 전언이 떠오른다. 김명민은 이처럼 치열하게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법률용어가 섞인 대사는 정말 어렵다. 안 되는 발음들이 많다. 변호사이다 보니 대사량이 굉장하다. 천천히 하면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대사를 해야 됐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없다. 될 때까지 암기하고 잘 때까지 잠꼬대하듯 연습했다.” 김명민이 ‘개과천선’에서 펼치는 김선주라는 변호사가 너무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비결이다. 또한 ‘개과천선’자문을 하고 있는 이동수 변호사가 배우 김명민이 우리나라에서 변호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극찬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연기자로 그리고 후배 연기자들은 닮고 싶은 롤 모델로 김명민을 꼽고 있다. 김명민은 이름 석자 만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불러 모을 뿐만 아니라 그의 빼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스타다. 하지만 그의 연기자적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오늘이 더욱 빛나고 값진지 모른다.
“KBS 연기대상, 김명민!”그의 이름이 호명됐다.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05년 12월31일,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던 무명의 설움을 떨치는 순간이었다. 그가 대중에게 연기자 김명민으로 서기까지 10년간 무명 연기자로 살았다. 존재하되 이름으로 불리어지지 않는 무명 연기자로 말이다. 사람들은 그를 김명민이라 부르지 않고‘무명 연기자’로 불렀다.
연기자로서 부푼 꿈을 안은 채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단역을 전전했다. 그러다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아 들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촬영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드라마 촬영에 임하지 못했다. 연출자가 아무런 이야기 없이 다른 연기자로 교체한 것이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아니 죽고 싶었다.
“매니저나 코디가 없어 의상 등을 직접구해 촬영장에 갔더니 연출자가 배역이 바뀌었다고 한마디 하더군요. 자괴감이 들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준비하고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버티던 10년의 세월.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가족과 함께 이민까지 갈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연기자로서의 꿈과 열정은 버릴 수가 없었다.
“무명의 고통과 가장으로서 생계책임 때문에 연기의 꿈을 접고 싶었지요. 그런데 연기를 포기하면 다른 일도 못할 것 같았어요.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보고 후회 없이 이민가자는 생각을 했지요.”
절망의 순간, 그렇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회는 찾아왔다. 2004년 KBS ‘불멸의 이순신’주연 제의를 받은 것이다. 10년만에 찾아온 기회(‘불멸의 이순신’)를 놓치지 않기 위해 김명민은 이를 악물었다. 연기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촬영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불멸의 이순신’의 이성주PD는“김명민은 연기자로서 모든 것을 쏟았다. 촬영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연기준비를 했고 최상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 온몸을 다 던졌다”고 말했다.
김명민은“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무명의 시간에 준비하고 노력했던 것이 정말 빛을 발했어요.”
김명민은 무명시절에도 연기에 대한 준비를 계속 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도전해 실패할 때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대신 좌절이나 탄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준비 부족으로 또 다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이후 주연급으로 우뚝 서며 연기자로서 성공에 한발 다가섰다. 연예인 중에는 상당수가 인기가 치솟을 때 화려한 성공의 과실에 취해 자기관리를 못하거나 노력을 게을리 해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야말로‘1회용 스타’‘냄비스타’로 전락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이후 드라마‘하얀 거탑’‘베토벤 바이러스’와 영화‘무방비도시’‘내 사랑 내 곁에’‘페이스메이커’등 적지 않은 작품을 통해 김명민이기에 가능한 연기력을 선 보였다. 뿐만 아니라 배역을 소화하기위해 20kg을 감량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적인 노력을 했다. 김명민은 스타의 허명과 인기의 덫에 갇혀 자기 발전을 꾀하지 않다가 일회용 스타로 전락하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무명 생활의 고통과 연기자로서 초심을 심장에 새겼기 때문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중견 연기자 이순재와 연출자 이재규PD는 “김명민은 완벽을 추구하며 완벽에 다가가는 연기자다. 스태프랑 농담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계속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다. 스타인데도 생활 전부를 드라마에 쏟아 붓는 사람이고, 치열하게 준비하며 연기에 임했다” 고 말했다. 스타가 된 뒤에도 이같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기 공부를 지속적으로 한 것이 김명민을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가진 연기자라는 값진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했다.
“전 스타가 아닙니다. 작품 속에서 캐릭터로 살아가는 배우일 뿐입니다. 그 캐릭터가 관객에게 진정으로 다가가기위해서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대사 발음을 위해 볼펜을 물고 연습을 합니다.”
이런 김명민이기에 그가 10월부터 방송될 ‘육룡이 나르샤’에서 펼칠 정도전은 기대해도 되는 것이다. 분명 이전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표출된 정도전과 김명민이 생명력을 불어넣은 정도전은 다를 것이다.
스타가 된 뒤에도 자신을 낮추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김명민을 보면서 다시 이해하게 된다. 그의 연기자로서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 왜‘김명민은 거기(작품)에 없었다’인가를, 그리고 후배 박민영 하지원 등 수많은 동료 배우들이 김명민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신뢰하고 출연을 결심하게 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