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 시간’으로 시청자와 만나는 하지원, 열정 그 자체인 우리 시대의 젊은 명배우
하지원(36)이 시청자와 만난다. 올 들어 영화‘허삼관’으로 관객과 만나고 여행 예능 ‘언니랑 고고’로 시청자와 만났던 하지원이 27일부터 방송되는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의 주연으로 나선다.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남녀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성장통을 유쾌하면서 현실감 있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승부욕 강한 슈즈 마케팅 팀장 오하나 역을 맡았다.
사극‘기황후’이후 출연한 영화‘조선미녀삼총사’와 ‘허삼관’이 작품성 문제와 함께 흥행에서도 실패해 하지원의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대중성, 연기력, 흥행파워가 가장 높은 여자 스타중 한사람이다. 그녀는 연기자 중 다양한 캐릭터의 소화력과 액션연기까지 가능한 광활한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지녔다. 그래서 하지원이 출연하게 되면 작품에 관심이 가게 되고 그녀가 표출할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리고 연기색깔의 변화에 눈길을 주게 된다. 하지원은 그런 배우다.
*열정, 하지원을 물같은 배우로 만들다
“나는 복서였고 검객이었고 스턴트우먼이었다. 생각만으로 가능한 배역은 없었다.”한 은행 CF속에서 펼쳐지는 하지원 모습이다. 하지원은 CF속 모습처럼 복서였고, 검객이었고, 스턴트우먼이었다. 그리고 기생, 장례지도사, 해저장비 매니저 등 생각만으로 가능하지 않는 수많은 캐릭터를 열정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원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그 무엇이 없다고. 그런데 하지원과 작업을 한 방송사와 영화사 등 대중문화계 사람들은 단언한다. 하지원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지평은 확대됐고 수많은 흥행 드라마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하지원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중 단 한편만이라도 세심하게 보는 사람들은 강조한다. 작품속의 하지원의 존재감은 그 어떤 스타나 연기자보다 강렬하다고.
하지원을 스치듯 아는 일부 대중과 하지원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듯 대척점을 이룬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양극단의 반응은 하지원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하지원은 부족한 연기력 마저 용서되는 찬란한(?)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산소 같은 이영애, 발랄한 김희선, 청순한 최지우라는 대중의 심중에 각인된 강렬한 이미지도 없다. 수많은 연예인을 단숨에 압도하는 강렬한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지원 하면 강렬한 등가물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지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스타다.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다모’가, 기존 드라마의 잣대로 잴 수 없는 의미와 캐릭터의 깊이로 한국 드라마 문법을 새로 쓴 ‘발리에서 생긴 일’이,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대중성을 확보한 ‘시크릿 가든’이 하지원이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폰’‘색즉시공’‘1번가의 기적’‘형사 Duelist’‘해운대’‘7광구’등을 통한 한국 영화의 장르, 캐릭터, 내러티브의 확장은 하지원이라는 여배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모’의 이재규PD는 “하지원은 한국 드라마의 캐릭터와 주제, 소재의 한계를 넘어서며 그 경계를 계속 확장시켜 나가는 개척자 같은 배우”라고 규정했고 ‘7광구’의 김지훈 감독은 “하지원이 존재하는 것이 한국 영화의 축복”이라고 헌사했다.
캐릭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하지원이라는 배우 존재를 전혀 체감할 수 없게 오롯이 캐릭터로 살아나는 하지원, 그녀는 ‘물 같은 배우’다. 물이 주전자에 들어가면 주전자가 되고 컵에 들어가면 컵 모양이 되듯 하지원은 그런 배우인 것이다.
이 때문에 대중은 하지원 보다 먼저 ‘다모’의 채옥, ‘황진이’의 황진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수정,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을 떠올린다. 그리고 ‘색즉시공’의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공존하기 힘든 분위기를 잘 살려낸 이은효,‘형사 Duelist’의 액션과 멜로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드러낸 남순이, ‘내 사랑 내 곁에’의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사랑하는 이를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지켜주는 이지수가 배우 하지원이라는 몸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이 다양한 캐릭터에서 배우 하지원을 찾기란 참으로 힘들다. 하지원은 연기하는 캐릭터로 완전히 살고 내면을 체화해 연기하는 스타일의 대표적인 연기자다. “배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배역에서도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하며 모든 행동을 믿을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한다”는 문화평론가 D.믹슨 주장의 최적의 사례를 찾으라면 그 첫손가락에 하지원이라는 배우가 위치할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대중과 전문가는 하지원은 뛰어난 캐릭터의 내적 확신과 지식을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이라는 장벽을 넘어 시청자나 관객의 의식 속에 직접 도달시키는 좋은 배우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이 지점이 바로 매번 다른 캐릭터를 맡아도 그 캐릭터에 그 배우의 느낌과 이미지, 개성이 드러나 캐릭터에 연기자의 진정성보다는 배우의 스타성을 드러내 작품 몰입을 방해하는 수많은 스타 연기자들과의 하지원의 변별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지원, 진정성 담긴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가가며 물 같은 연기자가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하지원이 얼굴에 땀이 흐르고 몸에 멍이 맺힐 때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연기에 필요한 춤 동작이 안 되기에 설마 하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100번을 더해보라고 요구했는데 하지원이 100번을 해내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며 탄복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지원은 말한다.“대역을 쓰면 관객은 먼저 안다. 먼 거리에서 뛰어오는 장면을 연기할 때 대역을 쓰고 땀만 흘리는 배우를 볼 때 관객이 먼저 안다. 그래서 대역을 쓰지 않는다.”
바로 이같은 연기에 대한 열정, 작품에 대한 열정, 그리고 대중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하지원을 만든 것이다. 하지원을 규정하는 등가물의 단어가 있다면 바로 ‘열정’인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하지원, 그녀의 연기 궤적은?
“저는 배우라서 행복하고, 배역으로 사는 것이 제일 재미있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후회해 본 적은 정말 단 한 번도 없어요.”
한 연기자가 데뷔한 이후 10여년 넘게 방송용 멘트같은 이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연기자들의 무미건조한 알맹이 없는 답변처럼 보인다. 의미의 내용을 담보하지 않은 채 건성으로 인터뷰용 멘트로 사용되는 이 말이 진실로 다가오는 것은 그 말을 한 이가 하지원이기 때문이다. 하지원의 연기자로서의 궤적을 보면 이 말이 허언(虛言)이 아닌 진언(眞言)임을 금세 깨닫게 된다.
한통의 전화로 1996년 평범한 여고 3년생 전해림은 하지원이 됐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봤어요. 시간 날 때 회사에 들러주세요”라는 매니저의 전화를 받은 뒤 연기자로서 준비하다 1997년 놀러간‘신세대 보고 100회 특집, 수학여행’촬영장에서 연출자가 “너 해”하는 한마디에 얼떨결에 단역 연기를 하며 연기자라는 운명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하지원은 이후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 하며 시련을 겪다 화제의 드라마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청소년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드라마‘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학교2’에 대한 캐스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학교2’반항적인 세진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다가가며 연기자 ‘하지원’ 이라는 이름 석자를 새겼다.
그리고 하지원은 스릴러물 영화‘진실게임’을 선택해 다면적인 모습과 이중적인 성격 등 신인 연기자로서는 표출하기 힘든 다혜역을 녹록치 않은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영화계에 진출하더니 류시원 김하늘 김민종 등 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 ‘비밀’에서 비중있는 악역을 맡아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1999년‘학교2’촬영장에서 스치듯 만났던 하지원은 드라마에서 보던 느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00년 드라마 ‘비밀’기자간담회장에서 김하늘 류시원 김민종 등 스타 연기자들 사이에 유난히 긴장한 하지원이 앉아 있었다. 다면적 모습을 드러내야하는 악역이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연기할래요라는 질문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들과의 인터뷰 자체에 많은 긴장을 했던 초짜 신인 하지원은 이후 많은 여자 배우들이 멜로 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의 청순한 혹은 착한 캐릭터를 통해 스타화의 길을 걷던 것과 매우 다른 의미 있는 연기자적 행보를 보였다.
공포물‘가위’‘폰’그리고 섹시 코미디 ‘색즉시공’까지. 이영애 김하늘 최지우 등 대부분의 여자 배우들이 대중이 환호하는 청순하고 지순한 캐릭터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것과 달리 하지원은 반항적이고 음울하며 어두운 캐릭터와 이미지로 대중과 만났다. 이러한 캐릭터와 이미지는 하지원에게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의 확장을 가져다줬지만 스타성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많은 여배우들이 스릴러물이나 음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꺼렸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제가 호러 이미지와 맞는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연기에 임했고 그런 캐릭터로 하지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알렸고 저의 여러 측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 저는 좋았어요.” 하지원은 신인 때부터 그런 배우였다. 하지원이라는 배우로서의 존재의미인 연기력과 캐릭터의 확장을 꾀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모하리만치 온몸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2003년 방송된 드라마‘다모’는 하지원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동의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양반의 자식에서 노비로 전락하고 서자인 종사관을 사랑하지만 다모인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그를 가슴에 새긴채 지켜보다 끝내 운명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한 채옥역을 통해 역동적인 액션연기에서 사랑과 운명의 내면연기까지 양극단의 연기를 내보였고 가련하지만 강하고 아름답지만 억척스러운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출했다. ‘다모’는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환호를 받는 스타로서의 하지원을 탄생시켰다. 연기자 하지원은 이렇다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순간이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문법을 새롭게 쓴‘발리에서 생긴 일’그리고 KBS 연기대상을 안긴 드라마‘황진이’를 통해 하지원은 완벽하게 물 같은 연기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공존하기 힘든 다양한 이미지를 하지원이라는 한 몸에서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연기자가 됐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발리에서 생긴 일’에선 가난하고 곤궁한 하지만 사랑을 아는 수정이를 가슴으로 느낄뿐 하지원의 체취는 맡지 못했다. 그리고 ‘황진이’에선 고혹적이지만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강렬한 기생, 황진이 속에선 하지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하지원 답다”를 외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흥미로운 그렇지만 너무도 위험한 연기자로서의 선택을 한 것이다. 방학기 원작 만화를 드라마화한 ‘다모’에 출연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채옥이라는 캐릭터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장에 박혀 있는 상황에서 똑같은 원작을 사용한 영화 ‘형사 Duelist’에서 똑같은 배역을 맡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하지원의 스타덤이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는 도박 같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2005년 8월30일 ‘다모’ 시사회장에서 만난 하지원은 말했다.“‘다모’ 채옥을 잊었노라”고.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형사 Duelist’ 작업이 너무 고통스러워 많이 울었다. 힘들게 작업한 결과물이 남순이라는 캐릭터다.” 위험한 도박처럼 보였던 하지원의 ‘형사 Duelist’선택은 내면 연기로 다양한 감정을 드러냈던 채옥과 달리 중성성이 강화된 남옥이 칼 움직임, 걸음걸이, 말의 톤 등 외형적 연기로 사랑, 안타까움 등 갖가지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 주며 의미 있는 연기자적 진화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 그리고 30%대 시청률로 전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시크릿 가든’으로 명품 연기력의 배우 하지원은 부동의 대중성과 흥행 스타로서의 힘도 지니게 됐다. 그리고 하지원 하면 무조건 선택하고 믿는 ‘묻지마 팬’도 급증했다.
하지원은 연기자로서 더욱 빛나는 대목이 있다. 스타라는 달콤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열정으로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이다. 돈과 인기를 쉽게 거머쥘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 하지원이 보여주지 않았던 복서, 장례지도사, 해양장비 매니저, 스턴트우먼 등 하지원의 연기자로서 면모를 확장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쉽지 않는 캐릭터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덤벼든 것이다. “왜 하지원 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CF모델을 겨냥하거나 대중이 환호하는 이미지와 캐릭터에 안주해 연기자로서 한 치의 진화 없이 곰탕 우려먹듯 자신의 이미지를 반복 소비하는 일부 톱스타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하지원의 답변은 명쾌하다. “저는 새롭게 배우는 것을,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는 캐릭터를 즐기고 좋아해요. 정말 연기가 신나고 행복해서 하는데, 사람들은 저에게 몸을 사리지 않고 하는 독종, 악바리라고 찬사까지 보내줘요. 저 정말 연기가 너무 좋아요.”
*인간 하지원의 삶이 없다고? 하지만 그녀의 인간적 향취는 아름답다!
대중은 유명 연기자나 스타를 대중매체에서 구축한 이미지 연장선상에서 사생활을 비롯한 사적 영역과 인간적 면모를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스타나 연기자의 사생활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에서 공개하는 스타나 연기자의 사적영역에 대한 정보라는 것도 상당부분 가공된 부분이 많다.
‘배우 아닌 자연인 하지원’은 어떤가요, 왜 매번 인터뷰할 때 연기자가 아닌 인간 하지원은 하나도 보여줄 게 없다고 말을 하나요?(기자) “저는 사생활이 거의 없거든요. 작품 속에서 사는 것 자체가 신나고 재밌어서 그 필요성도 몰랐고요.”(하지원) 자연인 하지원으로서 사적 생활이 없고 오로지 연기자에 올인 하는 생활과 삶은 허전하고 공허하지 않나요. 무엇보다 외로울 것 같은데요?(기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느라 외로움을 못 느꼈어요. 정확하게 느낄 기회나 시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작품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기 위해 준비했어요”(하지원) 사귀거나 좋아하는 남자는 있나요? (기자) “없습니다. 동료 남자 연예인 몇 명이 대시해왔지만 다 거절했습니다. 연기자로 열심히 살면서 남자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내가 일반 여자들과 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어요”(하지원) 배우 아닌 자연인 하지원 으로서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기자) “전 혼자 마트도 잘 못 가고 서점도 가 본 적이 없어요. 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는 거죠. 지금이야 매니저들이 해주지만 나이 들면 어떻게 해요. 차근 차근 연습하려고 합니다. 인간 하지원을 찾는 노력을 조금씩 조금씩 하고 싶어요. ”(하지원)
하지원은 가공될 사생활 조차 찾기 힘들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하지원이 일관되게 밝히는 사생활을 비롯한 사적영역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사생활이 없다”는 것. 대중은 몰랐을 것이다. 스크린과 TV화면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고 있는 배우 하지원이 되기까지의 기회비용이 마트조차 가보지 못하고 사생활이 거의 없어 인간 하지원을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그것 못해! 나는 톱스타니까” 인기를 누렸던 KBS ‘개그콘서트’한 코너 ‘최종병기, 그녀’에서 톱스타역의 개그우먼이 매회 외치는 대사다. 방송사와 영화사 안팎의 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만약 하지원 같은 여배우만 있었으면 이 개그 코너는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열심히 해야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준비되지 않는 채로 작품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입니다”“스턴트맨을 쓰는 것보다 제가 부딪치며 연기하는 것이 캐릭터의 생동감을 살리는데 훨씬 좋아요”라는 말을 하지원은 촬영현장에서 그대로 실천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 대상이나 영화대상에서 멋진(?) 수상소감을 말한다. “이 영광을 스태프들에게 돌리고 싶고 고생을 함께 한 이들을 대신해서 상을 받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촬영시간에 늦는 것은 예사이며 스태프들을 하인부리 듯 함부로 대하고, 연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성의 없는 연기를 일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때문에 PD,작가, 감독, 스태프들의 주연을 비롯한 일부 연기자에 대한 영화나 상영 전후와 드라마 방송 전후의 평가가 다른 경우가 허다한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방송전후 그리고 상영전후 평가가 일치한 연기자가 있다. 함께 작업을 한 단역 배우에서 스타 연기자에 이르기까지 동료 연기자의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연기자가 있다. 바로 하지원이다.
수많은 여자 톱스타들과 드라마 작업을 해봤다는 이김 프로덕션의 조윤정 대표는 “최고의 연기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에서도 최고점을 줄 수 있는 스타는 하지원이라고 단언한다. 힘든 드라마 작업을 하다보면 불성실함 등 스타들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하지원은 스태프들에게 하는 것부터 연기에 임하는 태도까지 정말 최선이자 최고였다”고 극찬을 했다.
영화 ‘1번가의 기적’출연한 한 단역배우는 이렇게 증언한다. “촬영장에 가면 주연과 단역배우는 하늘과 땅이다. 내가 긴장을 해서 실수를 해 자전거를 넘어 뜨렸는데 하지원씨가 괜찮다고 말을 건네며 진심으로 위로해줬고 연기하다 벌에 쏠려 부상을 당할 때에는 식염수 들고 직접 뿌려줬다. 이러한 하지원씨의 모습을 보고 힘들더라도 계속 배우의 꿈을 키울수 있었다.”
‘시크릿 가든’의 한 보조출연자는 “상당수 배우들이 보조 출연자를 연기자로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하지원은 달랐다. 대본도 함께 봐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발리에서 생긴일’의 조인성은 “하지원은 정말 착한 배우”라 했고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은 조명 기구에 맞고 부상을 당해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서도 힘들어 할 것 같은 스태프를 더 걱정하며 씩씩하게 촬영을 강행한 단단한 배우라고도 했다.
인기에 따라, 주연이냐 아니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고 인간성이 달라지는 곳이 연예계라고들 한다. 신인 때 겸손하고 성실하던 연기자가 스타로 뜬 다음 불성실과 거만의 표상으로 지탄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원은 어떨까. 그동안 만났던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학교2’‘비밀’작가와 연출자부터 ‘해운대’‘시크릿 가든’등 최근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의 감독, PD, 작가, 제작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결 같이 말한다. 톱스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하지원으로서도 진정으로 박수를 받아야한다고.
그리고 오늘의 하지원을 있게 한 대중은 기원한다. 배우의 화려한 경력과 성공을 좋아하고 스크린과 TV화면 밖에서 살아나는 배우가 아닌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연기를 사랑하는 그리고 화면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나는 아름답고 열정적인 배우 하지원이 되기를.
하지원은 TV화면과 스크린 안팎의 모습이 극명하게 가장 차이가 나는 배우다. 화면 밖의 하지원은 길가에 지나가도 모를 평범한 여성 이지만 그녀가 화면 안으로 들어가면 뜨거운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를 쏟아내는 특별한 배우가 된다. 그리고 화면 밖의 사람들은 화면속 그녀의 모습에 감동 하고 전율을 느낀다.
“모든 사람의 인생을 다 연기하는 것이 꿈이에요. 그래서 가슴이 따뜻한 배우가 되려고 노력 해요”라는 하지원은 앞으로 보여줄 것이 너무 많은 배우다. 배우 하지원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캐릭터도, 스토리도 확장되고 있다. 하지원의 열정이 멈추지 않는 한 하지원의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이 확장될 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의 지평도 확대될 것이다. (하지원이 쓴 '지금 이 순간' 에 기고한 글 일부를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