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생인 한경선은 1989년 KBS 공채 탤런트 10기로 데뷔해 수백편의 드라마에 출연을 했지요. '달빛가족',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야망의 세월', '이 남자가 사는 법', '모래시계', '주몽', '대조영', '자이언트', '루비반지', '뻐꾸기 둥지' 등에 출연했으며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MBC 일일극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열연중이었지요. 결혼도 하지 않고 연기에 전념했던 한경선이 6월 중순 쓰러진 뒤 곧바로 촬영장에 복귀한 것도 그녀가 천직으로 여겼던 연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 일 겁니다.
한경선은 시대극과 현대극, 일일극과 미니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오가며 개성적인 연기를 펼쳐 시청자 특히 중장년층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경선은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그것도 개성이 강한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연기자였습니다. 시청자들이 ‘한경선’이라는 이름은 모를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면 어떤 연기자라는 것을 금세 알겁니다.
연기자단체 모임에서 만나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연기자라면 주연으로 나서는 것이 꿈일 텐데 조연 연기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없느냐고. 한경선은 대답했습니다. 특유의 비음이 섞인 매력적인 목소리로“드라마는 주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지요. 주연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조연으로도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필요한 연기자, 어느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이고 싶어요. 평생 연기할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한경선을 보면서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한경선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연기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반짝반짝하고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상 연기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TV화면밖에서 한경선은 늘 환하게 웃고 활기차게 말하던 모습은 그 자체로 만나는 사람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중견 연기자 한경선과의 만남은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6년 동안 봐왔던 한경선의 개성적인 연기와 한번을 나와도 뇌리에 남는 한경선표 캐릭터 연기를 볼 수 없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명복을 빌며 평생 오래도록 하고 싶다던 연기를 하늘나라에서도 원 없이 하시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