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자, 글 잘보고 있어요. 방송에 한번 출연해줘요. 그리고 팝에 대한 글도 많이 쓰고요.”
그는 늘 사람들을 환하게 만드는 방송DJ였다. 일반인들에게는 알기쉽게 팝음악을 해설해주고 팝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심도 있는 정보와 트렌드를 전달해주던 우리시대의 최고의 팝음악 프로그램 DJ 김광한이 9일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났다. DJ의 전설 김광한이 신화가 된 것이다.
대학시절 라디오를 통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팝스다이얼의 김광한입니다!” 시그널음악과 함께 재밌고 친절하게 팝음악을 전달해주던 DJ 김광한의 목소리를 자주 접했다. 그러다 문화부 기자로 발령받던 1990년대 후반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 대학시절 애청취자였다고 말 하자 큰 입으로 환하게 웃은 뒤 거침없는 입담과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팝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우리음악과 팝음악에 대해 많은 관심 가지고 좋은 글 많이 써달라”는 당부를 끝으로 김광한과의 유쾌한 인터뷰가 끝이 났다.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된 김광한을 처음 만나는 순간 유명 스타DJ가 아닌 옆집 아저씨의 소탈한 모습과 분위기에 상당히 놀랐다. 그 뒤로 방송사에서 그리고 전화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았다.
2000년대 들어 만나면서 김광한은 늘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음악 프로그램이 너무 가요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획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한은 “방송에서 팝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 대중음악의 발전은 다양한 음악을 수용해야 발전하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가요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이 편성돼 아쉽다”고 말했다
김광한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팝음악이 설자리를 잃자 잡지나 인터넷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팝음악을 소개하고 팝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영원한 현역DJ이고자했다.
김광한은 이종환 최동호 박원웅 등 1세대 방송 DJ의 뒤를 이어 김기덕과 함께 1980~90년대 팝음악 프로그램을 이끌며 명DJ로 자리 잡았다. 김광한은 1966년 19세의 나이로 라디오 DJ로 데뷔해 주위를 놀라게 했는데 1979년 박원웅이 진행한 MBC 라디오 ‘박원웅과 함께’에 게스트로 나서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1980년 TBC 라디오 ‘탑 툰 쇼’의 DJ로 전격 발탁돼 본격적인 DJ활동을 펼쳤다. 이후 그를 스타로 부상시킨 KBS 2FM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 을1982년부터 1994년까지 12년 동안 진행하며 명쾌하고 풍부한 해설과 함께 팝음악을 전달해 많은 팬을 확보했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CBS 표준FM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 진행하며 DJ로서 활동을 펼쳤다.
김광한은 지난 5월 9일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해 팝송과 함께 LP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끝으로 그를 사랑한 팬과 청취자, 팝음악 애호가들의 곁을 떠났다.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