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수수료 인하 등 ‘당근책’ 증시안정 효과 못 보자 공안부 악의적 공매도 행위 조사 ‘채찍’ 동원
중국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증시 부양책이 오히려 시장을 더욱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내수 진작과 기업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증시를 띄운 관제(官製) 증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중국의 널뛰기 장세를 한층 부채질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 성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갖은 부양책에 9일(현지시간)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6% 가까이 급등했지만 연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상황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날에도 부양책을 내놨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는 이날 시중은행들이 만기가 도래한 주식담보대출에 대해 개인고객들이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증시의 80%를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당장 대출을 갚기 위해 주식을 파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중국 경찰인 공안부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와 손잡고 악의적인 공매도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CSRC 대변인은 “최근 증시와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이상동향이 발견됐다”며 “주가 조작, 특히 시장간 가격차를 이용한 마진거래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전날 상장사 대주주와 기업 임원들의 보유지분 매각을 6개월간 불허하는 등 극단적인 부양책을 내놨다. 최근 1200억 위안(약 2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화기금 설립, 주식매매 수수료 인하, 신용거래 규제 완화 등 ‘당근책’을 총동원했음에도 증시 안정에 실패하자 ‘채찍’까지 동원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당초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그림자금융 비중 축소 등 개혁을 가속화하고자 증시 상승을 인위적으로 부추겼다. 그러나 최근 한달새 주가가 30% 폭락하는 등 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됐다는 평가다. 주가 폭락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관제 증시’가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모비어스 템플턴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인위적인 부양책은 시장에 ‘절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사실 중국 정부가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의 공포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폭락 사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게 됐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4000선은 폭등의 시작”이라고 밝히자 인터넷 상에서 “허풍을 그만 떨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앵글로아메리칸 주가가 이달 2003년 이후, 브라질 발레가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각각 떨어졌다고 전했다. 글렌코어는 지난 2011년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 대비 55% 빠졌다.
일본 증권업계는 중국주식펀드의 판매와 해지를 중단시켰다. 세계 2위 경제국의 파란은 이미 전세계로 전염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