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조원 규모의 부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회계감리 검토에 착수했다. 대우조선은 해상(海上) 플랜트 분야 등에서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비공개로 유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전 대우조선 2조원대 손실 은폐 의혹과 관련해 실무 회의가 소집돼 향후 회계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조 단위의 대규모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가 인정되면 분식회계 등이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4분기 영업이익이 반복해서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기업을 심사감리 대상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1∼3분기에 반영을 미뤘던 손실 등을 연말 사업보고서에 몰아서 회계 처리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앞서 대우조선은 해상플랜트 분야 등에서 조 단위의 대규모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취임 후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쌓였던 부실을 실적에 반영한 것을 보고, 자체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산업은행 대우조선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분기에 최대 3조원 정도의 영업손실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산업은행이 31.5%의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실질적으로 주인이 없는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크게 계열사 등 자산 매각 방식과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현재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을 방치할 경우 향후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이 대거 반영되면서 올 2분기 적자폭이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에 4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006년 3분기 이후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경우 은행들은 여신 회수, 자금조달, 신용도 추락 등에 따른 파장이 불가피하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8조원 규모의 여신이 물려있는 상황이다.
앞서 산업은행 대우조선이 골프장과 연수원 등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FLC) 매각 작업을 개시했다. 지난달 매각 자문사인 산업은행 에프엘씨의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게 티저 레터(인수안내문)를 발송해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중순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실사를 거쳐 8월 말 본입찰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