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맞벌이로 가구소득 늘면 국가도 성장… 여성 참여로 2030년 5% 성장률 가능”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률은 49.5%로 남성의 71.4%보다 21.9%포인트(통계청, 2014년)나 낮다. 성별 소득 격차도 남성이 100이라면 여성은 63.1(고용노동부, 2014년)로 OECD 국가 중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 그렇다 보니 맞벌이 가구의 비율은 43.9%(통계청, 2014년)로 낮고, ‘여자 벌이는 쥐벌이, 남자 벌이는 소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계산할 필요도 없다.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가구소득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경제가 성장한다는 얘기다. ‘위미노믹스(Womenomics)’라는 단어가 그래서 나왔다. 위미노믹스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을 높여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경제이론이다. 캐시 마츠이 골드만삭스 아시아조사분석부 공동대표가 지난 1999년 이 개념을 처음 창안했다. 남성들은 이렇게 항의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여성들까지 일자리를 뺏으면 남성들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한마디로 기우다. 마츠이는 “여성의 경제 참여가 늘어나면 오히려 남성의 실업률도 줄어들게 된다”며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 수익이 증가하고 임금상승, 투자 확대 등 선순환적 사이클이 형성되면서 경제 규모 자체가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여성고용률을 높여 파이를 키우자는 얘기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과 남성의 돌봄 참여를 늘리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지 않고 인구 고령화와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2025년에는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지면 2017년에 고용률을 70%까지 높일 수 있으며, 대외경제적 여건을 잘 활용하면 2020년까지는 3%대의 양호한 성장을, 2030년엔 5%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전망치도 내놓았다. 그러니 여성의 경제활동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남녀 간 승자와 패자가 정확히 구분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둘 다 이기는 논제로섬게임인 것이다. 둘 다 이기는 윈윈(WIN-WIN)게임을 할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지는 루즈-루즈(LOOSE-LOOSE)게임을 할 것인가? 답이 뻔한데 뭘 더 고민하나? 남녀 모두에게 있어 양성평등을 통한 일·가정 양립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존의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당장 여성의 경제활동률을 20%포인트나 어떻게 올릴 것인가. 남녀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진입 초기인 25~29세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남성은 69.4%, 여성은 68.8%다(통계청, 2014년). 그러나 이후에 확연히 달라진다. 남성은 30~34세에 89.8%, 35~39세엔 92.1%로 올라가고 같은 연령대에 여성은 각각 57.7%, 54.9%로 떨어진다. 기혼여성 다섯 명 중 한 명(20.7%)이 임신·출산·육아로 일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은 당연히 이에 따른 제도적 장치와 경제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조언대로 린인(lean in: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뜻)’을 적극 권하고 싶다. 그녀는 회사 경영주가 당신의 책상을 문 밖으로 내놓아도 절대로 그만두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임신·출산·육아, 당연히 힘들다. 게다가 유리천장에 각종 차별까지. 그래도 절대로 ‘린아웃’하지 말라. 야망을 크게 갖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 경단녀의 심각한 우울증에 절대로 합세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