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쇼크] 기습 평가절하에 글로벌 기업 희비 교차

중국 수출 의존도 높은 애플·얌브랜즈 등 실적 부진 우려...화웨이 등 중국 기업 수혜·조인트 벤처 투자한 현대차는 영향 미미

▲사진출처=블룸버그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글로벌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을 수출 대상국으로 삼고 현지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수익 감소를 피하지 못하는 한편, 중국에서 해외로 제품을 판매해 실적을 쌓는 업체는 위안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자업체 애플, 외식업체 얌브랜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인해 현지에서 발생한 매출을 달러화로 바꿀 때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WSJ는 애플의 손해가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회계연도 3분기(4~6월)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이 112% 급증했던 만큼 내상이 심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최근 중국증시의 폭락과 경기 둔화까지 더해지면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대만은행인 푸본의 아서 랴오허는 “아이폰에 대한 중국의 수요까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절하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애플이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현대자동차와 같이 중국 현지업체와 조인트 벤처 형태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위안화 가치 절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모비스는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부품 일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약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위안화로 창출한 매출과 수익을 달러화나 원화로 바꿀 경우 금액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안화 가치 절하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성장세를 보인다면 이는 곧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요로 이어져 오히려 회사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들 역시 위안화 가치 절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의 대표 면세점 라옥스의 주가는 위안화 가치 절하가 발표된 이후 3.2% 떨어졌다. 라옥스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12개의 면세점을 일본에서 운영 중이다. 자국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을 경험한 중국 소비자들이 면세점 방문을 자제할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반면, 중국 현지 업체이자 애플 제품 조립업체인 폭스콘이나 PC 생산업체 레노버그룹은 오히려 위안화 약세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았다. 이들 업체의 매출이 대부분 미 달러화로 발생되기 때문에 위안화로 바꿀 경우 예전보다 더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업계에서 애플의 라이벌로 떠오른 중국 현지 업체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위안화로 환산할 경우 예전보다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수혜기업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가 주목받고 있다.

통신산업 전문 웹사이트 CC타임닷컴의 샹 리강은 “중국 전자업체 대부분은 해외에 진출해 있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업체들의 해외 경쟁력을 더 증진시켜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현지업체라도 위안화 가치 하락에 손해를 보는 산업군도 있다. 항공기를 달러화로 구매하는 항공사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오히려 빚이 늘어나는 역풍을 맞았다. WSJ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항공업계의 채무가 수백만 달러 늘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다수의 미국 기업들은 위안화 가치 절하 여파를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갬블(P&G)의 대변인 폴 폭스는 “소비재 기업의 경우 중국의 상황과 밀접하다”며 “위안화 가치 절하 다음 현상을 지금 예측하는 것은 섣불러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분기에 중국에서 30%의 매출을 올린 미국의 위생제지 제조업체 킴벌리클라크 역시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 없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버버리, 티파니, 프라다 등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위안화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들 회사의 주가는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진 후 각각 3.8%, 2.5%, 4.4%씩 떨어졌다.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업체들의 타격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금광업체 프리포트-맥모런,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업 회사 BHP빌리턴의 주가도 각각 14%, 4.6%씩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