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 “노동시장 유연화·성장 잠재력 제고 시급”
청년층 실업이 늘어나고 고용의 질도 떨어지면서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인적 자본이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한창 일을 배워야 할 때 실업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힘들도 임금도 25% 가량 더 낮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과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18일 ‘청년실업으로 인적 자본 훼손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올해 들어 한국의 청년실업은 한층 심각해져 7월까지 평균 청년실업률 10.0%로 지난해(9.0%)를 뛰어넘었다.
게다가 청년들은 취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 고용의 질이 높지 않다. 15∼29세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2년 31.6%에서 올 상반기 33.1%로 높아졌다. 임금 상승도 청년층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원과 고 연구원은 “청년실업의 확대와 고용의 질 저하는 국가경제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 성장 잠재력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년실업이 길어지면 업무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없어 인적자본 축적이 늦어지고, 자신의 전공이나 적성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노동인력의 효율적 배치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두 연구원은 이렇게 인적자본의 질이 떨어지는 정도를 청년기 실업 경험으로 평생 입게 되는 임금손실분을 뜻하는 ‘낙인효과(scarring effect)’를 통해 분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 통계를 이용해 2010년 대학졸업자들의 3년 후인 2013년 취업과 임금 경로를 추적한 것이다.
그 결과 대학 졸업 후 실업상태를 경험한 청년층은 3년 뒤 취업할 확률이 73.9%에 그쳤으나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의 취업 확률은 91.2%로 17.3%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상태를 경험한 청년들은 3년 뒤 임금이 평균 199만원으로 취업 경험이 있는 이들(249만원)보다 50만원(25.1%) 낮았다.
두 연구원은 “2013년 청년층 유사실업자 규모인 84만명에 대입하면 전체적인 임금손실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청년들이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07년 34.5%에서 올해 상반기 22.5%로 줄어들었고, 보건복지·금융·교육 등에서도 청년 취업자의 비중이 낮아졌다.
반대로 음식숙박업은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 두 연구원은 “청년들의 전문성이 떨어졌다기보다 정규 일자리를 얻지못한 청년층이 진입이 수월한 부문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노무, 판매, 서비스 등에서상대적으로 청년취업 비중이 늘어난 반면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부문에선 청년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고용의 질도 저하되는 것은 한국 경제 고성장의 근간이던 우수한 노동력을 훼손하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앞으로도 청년실업 문제는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청년 인적 자본의 훼손을 막기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두 연구원은 분석했다.
두 연구원은 “노동시장 보호가 기존 일자리에 집중돼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상황”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고용을 좀 더 유연화하고 비정규직 보호를 확대해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일”이라며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