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김광한 김기덕 배철수…청춘을 적신 DJ는 누구?[배국남의 스타탐험]

입력 2015-08-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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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9일 숨을 거둔 스타DJ 김광한.(사진=뉴시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팝스 다이얼의 김광한입니다! 오늘은 달콤한 사랑으로 시작해보지요. 아바의 ‘하니 하니’입니다.”

매력적인 저음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의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1980~1990년대 중고생 시절을 보내고 청춘을 꽃피웠던 40~60대 가슴을 적신 그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DJ(Disk Jockey)로 살았던 KBS 라디오‘팝스 다이얼’의 김광한이다. 그가 지난 7월 9일 69세를 일기로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지자 수많은 신중년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청춘을 관통했던 김광한의 목소리와 그가 소개해주던 팝송을 떠올리며 10~20대를 회고했다.

신중년에게 라디오는 단순한 미디어가 아니다. 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의 전달 창구이자 삶과 생활에 위안을 주던 미디어가 바로 라디오였다. 그래서 신중년 중에는 라디오 키즈가 많다. 특히 팝송 등 음악을 전달하고 노래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DJ는 최고의 인기였다. 일부 여성 청취자들은 얼굴을 보지 못해 매력적인 목소리만 듣고 DJ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의 연인으로 삼기도 했다. DJ들이 번역해서 소개해주는 팝송 가사는 어느 사이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로 등장하고 그들이 전달해주는 최신 음악과 대중문화 트렌드는 친구들과의 대화의 중심 아이템이 됐다. 그래서 청춘을 함께 한 DJ들은 신중년에게 아련하지만 각별한 존재다.

▲1960~1980년대 스타를 압도하는 엄청난 인기를 얻은 명DJ 이종환. (사진=MBC)

1970~1980년대 DJ로 최고 인기를 얻었던 故 이종환은 생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1970~80년대 라디오 DJ는 인기가 많았어요. TV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라디오 청취자들이 DJ의 모습을 궁금해하며 방송사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지요. 특히 일부 여성은 가출까지 하며 방송사 앞을 지키는 경우도 있었지요”라고 말한 바 있다.

연령대마다 청춘을 관통했던 DJ가 다르다. DJ하면 떠오르는 사람에 따라 연령대를 가늠할 수 있다. 왜냐하면 라디오 DJ역사가 올해로 51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DJ의 역사가 시작된 곳은 라디오가 아닌 다방이었다. 1937년 공예가 이순석이 서울 시청 앞 플라자 호텔 모퉁이에 개업해 운영했던 ‘낙랑’이라는 다방에서 DJ가 등장했다. 김명선과 김동욱이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손님의 신청곡을 받아 전해준 것이 최초의 DJ의 모습이었다. 오늘날처럼 마이크를 통해 전문적인 음악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방송하던 본격적인 DJ의 모습이 드러난 곳은 1960년대 초반 서울 종로 YMCA 인근에 있었던 음악 감상실 ‘디쉐네’였다.

‘디쉐네’의 DJ가 바로 최초의 라디오 DJ였던 최동욱(80)이었다. 최동욱이 동아방송(DBS) PD로 입사해 1964년‘탑튠쇼’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잡고 ‘DJ’라는 타이틀로 나선 것이 라디오 DJ의 효시다. 최동욱은 음악 선곡에서부터 진행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라디오 DJ 시스템을 구축시켜 ‘3시의 다이얼’등을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부상시켰다. 최동욱은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인터넷 방송을 통해 여전히 현역 DJ로 활동하고 있다.

김광한은 지난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1960년대 후반 라디오 DJ 3인. 이분들이 진정한 전설이다. 최동욱(DBS) 피세영(TBC) 이종환(MBC). 나는 이분들 덕에 DJ로 살아가고 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김광한의 말처럼 최동욱 뒤를 이어 동양방송에서는 피세영(76)을, 문화방송에선 이종환을 DJ로 전면에 내세워 청취율 경쟁을 벌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피세영의 ‘뮤직텔 스타’와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젊은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특히 이종환은 음악 감상실 DJ로 활동하다 1964년 MBC 라디오PD로 입사해 밤 시간대 음악 프로그램‘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디스크쇼’ DJ로 나서 최고 청취율을 기록하며 스타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디스크쇼’시그널 뮤직과 함께 이종환이 오프닝 멘트를 시작하면 중고생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청취자들은 설레며 무슨 음악을 소개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에 귀를 기울였다. 이종환은 DJ를 하면서 팝송 가사를 번안해 작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에게도 인기가 높고 연예계 영향력이 많아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당시 신인들을 유명 가수로 만드는 스타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종환은 지난 2013년 폐암으로 숨을 거둬 수많은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안타까워했다.

이종환과 더불어 1970~1980년대 유명 DJ로 활동했던 이들은 바로 박원웅(76), 황인용(75), 백형두(74) 등이 있다. MBC라디오 PD로 입사한 박원웅은 1970~1980년대 MBC 라디오 ‘박원웅과 함께’‘한밤의 음악 편지’를 이끌었고 황인용은 TBC 라디오 아나운서로 입사해 ‘장수무대’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음악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맡아 DJ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박원웅은 “음악 감상실에서 쭉 DJ 하다가 방송사에서 팝뮤직이 유행 되니까 거기 스카우트가 된 것이죠. 그래서 MBC에 입사해 DJ를 하게 됐어요. 팝 음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일본 잡지 등을 구해 공부하기도 했지요”라고 당시를 회고했고, 황인용은 “심야시간의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전화가 불이 나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1970년대 음악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문화의 자양분을 제공했던 진원지 역할을 했지요”라고 말했다.

1970~1980년대에는 부산 MBC 故 배경모, 광주 MBC 소수옥(71) 등 지방 방송의 DJ들도 스타로 부상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1970년대 보다 못하지만, 라디오 DJ의 존재감이 여전했던 1980~1990년대에는 MBC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로 유명한 김기덕과 KBS 라디오 ‘팝스 다이얼’로 명성을 쌓은 김광한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스타 DJ 시대의 마지막을 수놓았다. 영화 ‘엠마뉴엘’ 주제가를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헤헤헤”라며 경쾌한 오프닝 멘트로 유명한 김기덕의 ‘두 시의 데이트’는 1973년부터 1995년까지 22년 동안 방송됐고 달콤한 목소리의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은 1982년부터 1994년까지 12년간 청취자와 만났다.

▲'두시의 데이트'를 1973년부터 22년동안 진행한 DJ 김기덕.(사진=MBC)

2010년 MBC를 퇴사한 김기덕(67)은 여전히 방송 DJ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 주말 오후 2시에 SBS 라디오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김기덕은“내겐 젊은 시절도 없었고 ‘두 시의 데이트’가 삶이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DJ로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보람도 컸다”고 MBC 퇴사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TV가 대중문화의 총아로 떠오르며 오락 매체 대표주자로 나서고 가요가 팝음악을 압도하고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음악보다는 진행자의 이야기와 수다가 주를 이루다 보니 방송DJ 역할이 줄어들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음악의 선곡에서 믹싱, 멘트 작성, 진행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전통적 의미의 DJ는 거의 사라졌다. 25년째 MBC‘음악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배철수(62)가 전통적인 개념의 DJ의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김광한은 생전에 진행된 몇 차례 인터뷰에서 “라디오 방송에서 팝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 대중음악의 발전은 다양한 음악을 수용해야 발전하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가요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이 편성돼 아쉽다”고 말했다.

▲'음악캠프'를 25년째 진행하고 있는 전통적 의미의 유일한 방송 DJ 배철수.(사진=MBC)

“요즘은 모든 라디오 진행자를 그냥 디스크자키, DJ라고 부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스크자키는 사라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디스크자키가 또 나오기 힘들 것 같다. 하루 안 좋은 일,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으로 방송을 듣다 좋은 음악과 실없는 농담에 피식하며 웃을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배철수가 지난 3월12일‘음악캠프’ 진행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여전히 수많은 학생과 젊은이들이 DJ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좋은 음악을 듣고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 받는다. 신중년이 청춘 시절 유명 DJ의 음악 방송을 들었던 것처럼. 신중년들이여, 잠시 당신의 빛나던 청춘 시절 가슴을 적신 DJ를 떠올리며 DJ가 소개했던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며 추억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신중년 잡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 9월호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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