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금융’ 패널 토론서 ‘금융권 여성할당제’ 언급
국내외를 대표하는 금융업계 수장들이 미래 금융에 있어 여성이 핵심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선 금융권에서 여성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온라인 10년ㆍ종이 신문 창간 5주년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한 ‘미래와 여성: 한ㆍ중ㆍ일 국제 콘퍼런스’ 2부 행사 ‘여성과 금융’ 패널 토론에서 금융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오순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금융권 여성할당제 도입을 제안했다. 오 부원장보는 “금융권 여성할당제는 기본적인 것”이라며 “법제화해 당장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기업에서부터 시작하거나 또 당장 가능한 사외이사 등을 통해 시작하도록 구체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제도를 갑자기 시행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조정기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고위직 여성 인력의 비율이 금융기관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존 리 대표는 “여성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은행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자산운용업은 마케팅이 중요한데 곳곳에 여성 인력을 많이 배치했더니 고객들과의 신뢰가 점점 쌓여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여직원들을 중용한지 1년 반만에 자산이 6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었다.
박정림 국민은행 부행장은 “과거에는 기업 문화 자체가‘SS(시키면 시키는대로)’, ‘KK(까면 까는대로)’로 대변될 수 있을 정도로 경직적이고 수직적이었다”면서 “군 복무를 하면서 위계질서에 적응한 남성들이 훨씬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박정림 부행장은 “현재는 여성이 많아져 관리직에도 많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에 있어서 월등하다”고 여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각별함을 강조했다. 박 부행장은 “오늘날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서는 이해 관계자들 간에 조정을 하고 이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이 능력은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신 SK증권 대표는 “증권업에서 필요한 자질은 전문성과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은 이런 자질을 최대 장점으로 가지고 있어 금융업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현남 도이치은행 서울 대표는 “남성들은 하루만에 형ㆍ동생 하면서 친해지는데, 이렇게 남자들 특유의 끈끈한 유대를 뚫고 들어가는게 어려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에 종사하는 전체 인원 3만5600명 가운데 35%인 1만3000명이 여성이며 이 가운데 40대 이상 여성은 23%, 남성은 59%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여성은 20%, 임원들 가운데 여성 비율은 단 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