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초저금리도 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 부실 위험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초우량 회사채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자금 수혈이 필요한 기업들이 하릴없이 속만 끓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A0 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는 109.5bp(1bp=0.01%포인트)로 2011년 11월23일 이후 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A0 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4월 91bp까지 축소된 바 있다.
AAA 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도 29bp로 작년 2월20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채권 시장 투자자들이 국고채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상대적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를 기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한계 상황에 부닥친 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한일월드의 음파진동 운동기 사기사건에 얽힌 BNK캐피탈의 렌털 채권 미회수 가능성이 불거졌고, 최근엔 폭스바겐 사태로 국내 자동차 할부 금융사인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회사채 시장에 악재가 쌓이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A등급 이상 기업의 회사채 미매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0'인 한솔제지가 지난 1일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수요 예측을 했지만 280억원이 미매각됐다.
9월에도 GS글로벌(A-), 한진(A-), GS에너지(AA-), 하이트진로홀딩스(A-), 케이디비생명보험(AA-) 등이 수요 예측 과정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 악화로 9월 수요예측 금액은 2조1100억원으로 8월의 2조7900억원보다 감소했다"며 "기업들은 발행 시기를 늦추거나 적정 발행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고 꼭 필요한 자금만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채권전략팀장도 "신용 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시장에서 초우량물에 대한 거래만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큰 로드맵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신용 스프레드의 안정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