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차익실현 나서며 코스피 상승 탄력 둔화… 추가상승 좌절 악순환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으면서 펀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대외 불안 완화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만 이 같은 투신권의 매물량이 코스피 추가 상승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달 들어서만 4922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4737억원이 순유출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일 코스피지수가 2005.84포인트로 8월 10일 이후 두달여만에 2000선을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이 즉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증시가 개선되면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에서 최근 1개월 기준 플러스로 돌아섰음에도 환매가 이어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코스피 지수가 2000~2050선 구간일 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30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2000포인트가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되면서 지수가 2000선을 넘을 때 펀드 환매가 이어지는 양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선 돌파 이후 주식형 펀드 환매로 기관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A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5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어느 정도 상승세가 나타난 후 더 오르지 못하고 하락하는 양상이 반복되다 보니 2000포인트만 넘어가면 매도물량이 나와 다시 상승이 좌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이처럼 박스권 내에서 자금 유출입이 반복되는 데에는 한국이 아직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해당 운용역은 “시장 펀더멘탈 자체는 신흥국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국제적 지표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소소한 악재가 등장하거나 시장이 소폭 오를 때마다 제일 먼저 자금탈출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최근 국가 신용도가 개선됐음에도 실제 투자지표가 신흥국 수준에 머물다 보니 외국인은 물론 기관의 소심한 환매 습관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