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사건
대법원이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주범인 이모(27) 병장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함께 기소된 나머지 동료 3명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폭행정도와 전후 정황, 심폐소생술 시행 등이 판결의 근거라는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9일 이 병장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원심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결정은 파기하고서 해당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모(23) 병장과 지모(22)·이모(22) 상병, 의무지원관 유모(24) 하사 등 공범에게 징역 10∼12년을 선고한 원심의 살인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 병장의 살인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폭행 정도와 전후 정황에 비춰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하 병장 등은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도 살인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에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파기 사유를 밝혔다. 하 병장 등이 내무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 병장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가담했고 폭행 정도나 횟수도 이 병장보다 훨씬 덜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윤 일병이 쓰러지자 구타를 멈추고 이 병장을 제지하는가 하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어 보인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다.
이 병장은 사건 당일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었다"는 말을 윤 일병에게서 듣고 심하게 분노해 폭행했지만, 나머지는 그런 동기가 없었다는 판단도 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선고 직후 "이 병장의 살인죄를 인정한 데 감사하다"면서도 "감형된 10년을 되돌리고 싶다. 이 병장은 이 세상에 발을 들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공범 파기환송은 매우 유감"이라며 "주범이 다른 재소자를 성추행했다는 보도 또한 유가족에게 고통이었다. 파기환송심이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올해 2월부터 국군교도소 동료 수감자 3명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전날 군사법원에 추가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