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이 시설은 무엇일까. 바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빙속경기를 위해 리치먼드 시가 건축한 리치먼드 오벌이며, 위의 내용들은 필자가 오벌을 방문하여 CEO인 조지 던컨(George Duncan)으로부터 직접 듣고 건네받은 자료에 나와 있는 사실이다. 한 가지 더 부러운 점은 올 11월부터 2층 관중석 일부를 개조한 공간에 올림픽 박물관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로써 리치먼드 오벌은 전 세계 22개 올림픽 박물관 중 하나로 올림픽 박물관 네트워크(Olympic Museum Network)에 정식 가입하게 되었다.
이 시설은 동계올림픽을 앞둔 국내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대중을 위한 시설은 수익성이 없다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수익성은 소득 수준, 경제 규모, 콘텐츠, 주변 상업시설 여부 등의 요인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하지만, 인구만 고려할 때 리치먼드 시의 인구는 국내 빙속경기장이 들어올 강릉시의 22만명보다 오히려 적다. 따라서 기타 요인 변수가 존재한다 해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째,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의 공존에 대한 해법을 보여준다. 올림픽 이후 남겨질 시설물들이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거나, 특별히 일반대중의 소외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신체 활동의 가치파악 수준과 스포츠 수행에 대한 능력 수준을 바탕으로 스포츠 참가자를 분류하는 ‘신체역량(physical literacy)’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엘리트 체육 참가자들은 신체 활동의 의미 파악과 수행 수준이 최고조에 도달한 사람들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다양한 수준의 스포츠 참가자를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시설이 제공되어야 한다. 올림픽 사후시설은 응당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모두를 넉넉히 아우르고 지원할 수 있는, 도시민의 행복 자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후 활용에 대한 선(先) 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리치먼드 오벌의 핵심 가치는 ‘올림픽을 위해 짓되 유산을 위해 디자인하라’였다. 사전 계획이 충실할수록 사후 리모델링 비용과 시행착오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하다. 리치먼드를 보며 우리가 충실한 사후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지, 이를 위해 설계 등 기존의 결정을 변경할 유연성이 있는지 자문자답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