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에 ‘엑소ㆍ수지’ 웃는다

입력 2015-12-01 14:3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연합뉴스)

역시 대륙입니다!! 중국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세계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엥? 그게 뭔데.

방금 이런 생각하셨죠? ‘중국 여행 갈 때 환율 좀 싸지나’, ‘알리바바에서 결제할 때 뭐가 달라지는 건가’란 물음표가 뒤따랐고요? 당연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어려울 거 없습니다. ‘기축통화’, ‘SDR’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그렇지 사실 엄청나게 쉽습니다. 딱 두 가지만 알면 됩니다. 의미와 영향! 이거면 충분합니다.

먼저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이 뭘 의미하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기축통화란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합니다. 필리핀이나 태국 여행 가서 팁으로 달러 주신 적 있죠?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쓰인 1900년대에는 ‘금’이 기축통화였습니다. 지난 10월 31일자 ‘美 금리 인상 지연에 오르는 금값...돌 반지 선물, 또 뜸해지겠네요' 란 기사를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마법사 오즈를 만나기 위한 도로시의 험난한 여행길은 '금본위제'에 따른 디플레이션의 폐해를 상징합니다.(출처=구글)

위안화가 기축통화에 편입됐다는 건 그만큼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1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세계 2위입니다.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를 넘어섰고요. 화폐 1단위로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용역을 뜻하는 구매력도 18%나 됩니다. 이 부분은 이미 미국을 넘어섰죠. 괜히 ‘G2’ 겠습니까?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집중했던 양적 팽창과 고속성장의 단계를 지났습니다. 이제 시진핑 주석이 이끌 질적 팽창과 중·고속 성장의 문턱에 서 있죠.

그런데 중국에겐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금융’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5조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시장의 8%에 해당합니다. 일본(7%)은 제쳤는데 미국(38%)과 유로존(17%)에 비교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채권시장(4조 7000억 달러)도 별반 다르지 않죠.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밖에 안 됩니다. 일본(13%)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요. 미국(41%)과 유로존(23%)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만물은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금융이 실물을 따라오지 못하면 ‘공급과잉’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신다고요? 2008년을 회상해 보세요. 미국은 정 반대 상황이었습니다. 실물이 금융을 따라오지 못해 부채가 늘어났죠. 이는 금융위기로 연결됐습니다.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금융개혁과 개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진핑 “중국, 외국인투자 진입 제한 없앨 것”<11월 19일>』, 『선강퉁 시행은 내년에…후강퉁 한도는 확대<11월 16일>』, 『중국 1년 새 금리 6차례 인하<10월 24일>』란 기사들 기억나시나요? 중국의 변화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이번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됩니다. 실물과 금융의 균형점을 맞추기 위한 노력.

자! 여기까진 잘 따라오셨나요? 어렵진 않으시죠?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어깨를 쫙~펴세요. 손목도 살살 돌려보시고요. 숨도 깊~게 들이 마시세요. 다 하셨나요? 그럼 시작합니다.

(출처=연합뉴스TV)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과 관련해 우리가 검색창에 ‘기축통화’와 ‘SDR’을 적어 넣는 건 무엇보다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궁금해서일텐데요.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영향을 ‘중립’으로 보고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우선 ‘긍정’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상해 갈 때 비행기 몇 시간 타세요? 3시간이면 충분하죠. 가깝습니다. 거리만큼이나 경제적으로도 긴밀한데요. 지난해 직거래 시장과 위안화 청산소가 개설됐고, 한국 주식보유액에서 중국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를 넘어섰습니다.

중국의 금융시장 위상이 높아지면 위안화 허브로 묶여 있는 한국도 덩달아 쾌재를 부를 겁니다. 채권 보유액에서 중국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현재 17%)이 늘어나고 대중국 수출기업들의 무역·금융결제 거래비용이 줄겠죠.

금융 중심의 서비스업 육성으로 중국 내수가 팽창하면 우리나라 여행, 레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겁니다. 서비스나 엔터테인먼트는 우리가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죠. 벌써부터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국내 스타들이 많습니다.

이제 ‘부정’ 차례입니다. 만약 중국 본토 A주가 선진국 지수인 MSCI에 편입되면 우리나라에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습니다. 노랑머리들 쇼핑패턴에 일희일비하는 우리에게는 악재입니다.

중국 경제와 긴밀도가 높다는 것도 동전의 양면입니다. 중국의 금융 불안이 커지면 우리 경제가 휘청일 수 있거든요. 얼마 전 상하이종합지수가 5% 넘게 떨어졌을 때 코스피도 2000선이 무너졌죠.

중국에 공장을 가진 기업들도 걱정이 태산일겁니다. 인건비, 임대료가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데 위안화 절상까지 재개되면 가격 경쟁력이 더 악화 될 테니까요.

(연합뉴스)

어떠세요? 이제 감이 오시나요? 각국의 화폐는 글로벌 경제의 패권에 따라 부침을 겪었죠. ‘캐리비안 해적’의 배경이 되는 대항해시대에는 스페인 은화가 주도권을 쥐었고, 19세기 후반에는 영국 파운드가 세계 교역의 결제 통화로 사용됐습니다. 이후에는요? 달러죠. 7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은 ‘달러’에게 내미는 도전장인 셈입니다. 앞으로 중국과 미국 간의 경제 패권 다툼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넋 놓고 싸움 구경만 할 순 없죠. 우리도 대비해야 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