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양성평등 기업을 찾아 ①현대카드] 직장어린이집 4곳 운영…“엄마랑 출퇴근해요”

입력 2015-12-04 11:07수정 2015-12-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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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부회장 “육아스트레스 더는 게 투자”法 개정 요청…‘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방안’ 이끌어내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양성평등은 여전히 너무 먼 얘기다. 지난 2014년 기준 세계경제포럼(WEF)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GGI)로 우리나라는 142개국 가운데 117위에 그치고 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가운데 꼴찌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사회진출(Recruit) 경력유지(Retention) 재취업(Restart) 여성대표성(Representation) 이른바 ‘4R’로 보면 사회진출이나 대표성은 발전했지만 직장에서 잘 버틸 수 있고, 그만 두었다고 해도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경단녀(경력단절여성)’란 단어까지 생겼다.

경제 발전의 동력과 미래 방향성을 여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이투데이는 이런 가운데에서도 양성평등과 여성친화에 애쓰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들을 직접 취재, 소개하고자 한다. 구호 외치는 것이야 누구든 어떤 기업이든 할 수 있지만 실천은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기업들이다.

현대카드(현대카드ㆍ라이프ㆍ캐피탈ㆍ커머셜)에는 모두 네 곳의 어린이집(the KIDS)이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여성 직원들을 위해서’라는 소극적 목적에서가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맘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 목적에서 어린이집을 설립토록 했다.

물론 법에서도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혹은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 설치토록 하고 있지만 입지 선정 등 현실적 애로사항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정태영 부회장은 “직장 어린이집은 사업장과 같은 건물에만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옥외 놀이터가 꼭 있어야 한다”등의 현실과 거리가 있는 법 규정 변경을 구상 당시 여성가족부를 이끌던 조윤선 장관을 통해 직접 변경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그리고 조건 변경을 얻어냈다. 지난 2013년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동 현대캐피탈 본사 내 어린이집 더 키즈(the KIDS)에서 원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6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이 발표한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 방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현대카드는 이후 어린이집 건립에 들어가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총 4곳에 어린이집을 열었다. 여의도 본사 사옥 3관과 홍대 사옥 대방동 사옥에 이어 지난달에는 사업장 가까이 있는 전경련회관에도 네 번째 어린이집을 열어 대기인원 없이 모두 93명의 사원 자녀들이 재원하고 있다.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 사옥 3관을 들어서는 현관 옆에는 또다른 문이 있다. 바로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아이들 눈높이의 세상이 시작된다. 친환경 목재로 만들어진 마루바닥과 계단을 지나면 연령별로 아이들이 분반되어 지내고 있다. 철저하게 안전을 기하기 위해 각 모서리들은 다 둥글게,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푹신한 소재로 마감했으며 폐쇄회로(CC)TV 설치도 촘촘히 돼 있다.

대개의 기업에서 직원들의 육아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면서 기업의 수익 창출에는 그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또 여의도는 대표적인 사무실 밀집 지역. 아이들이 지내기 좋은 환경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그것 모두 편견이라고 봤다. 오히려 직장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 육아 스트레스를 덜게 되니 그게 바로 복지이자 기업 운영에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도 변경을 요구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에 비해 보육교사 수가 적으면 아무리 직장 어린이집이라고 해도 만족도는 떨어지게 마련. 보육교사의 아동 학대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정태영 부회장은 인센티브를 더 주더라도 우수한 교사를 채용하자고 마음 먹었다. 현대카드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월급은 일반 어린이집 교사 수준보다 70% 가량 많다. 물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채용된다. ‘the KIDS’전용 인성 시험도 개발했고 심층 면접을 통해 전문성 외에도 진정성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만4세반의 경우 교사 한 명당 담당 어린이는 4명이다. 법으로는 교사 한 명당 20명의 어린이를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5분의 1로 확 줄였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표준 교육 외에도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등하원할 때 도담뜰(어린이 도서관)에서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독서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생태 체험 등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음은 물론이다.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미술, 음악, 체육 등이 특별활동을 할 수도 있게 했다. 늦게까지 근무하는 엄마 아빠도 있으니 정규 보육 시간인 오후 5시반이 지나도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도 만들어 부모와 교사들이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약을 먹어야 하는 아이는 없는지, 오늘의 식단에서 피해야 하는 건 없는지 늘 확인이 가능하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곳곳에 마련된 ‘던지는 소화기’였다. 어린이들은 순발력이 떨어져 화재가 나면 대피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현대카드 어린이집은 매월 한 번씩 어린이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소방대피 훈련을 하고, 단가는 비싸지만 ‘던지는 소화기’를 마련해 뒀다. 아이들도 직접 불을 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안전 전담 간호사도 배치돼 있다.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돌아본 현대카드 어린이집은 편안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었다. 아이들이 웃으면 부모가 웃게 되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카드라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는 고객들의 로열티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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