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한해였다. 한국 골프사에 이보다 풍요로운 한해는 없었다. 국내외 활약 남녀 프로골퍼들은 정상을 휩쓸었고, 국내에선 아시아 최초로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이 열렸다. 인기 하락과 스폰서 난으로 소외받아온 남자 선수들도 내일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를 배출해내며 희망이란 메시지를 남겼다. 이 찬란한 기록들을 인물별 테마로 묶어 정리해봤다.
올해 초 한국프로골프(PGA) 코리안 투어의 화두는 ‘군풍(軍風)’이었다.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상무 선수들의 투어 출전이 허용되면서 대회장엔 이색적인 풍경이 이어졌다. 버디 후 세리머니 대신 거수경례를 하는 등 골프와 군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은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군풍’의 선봉엔 허인회(28)가 있었다. 허인회는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현역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정규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이후 맹동섭(28)은 챌린지 투어 3차 대회 정상에 올랐고, 양지호(26)는 4차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군풍’을 이어갔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는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방두환), 동메달(맹동섭)을 휩쓰는 성과를 남겼다.
‘군풍’은 수년째 스폰서 난으로 허덕이던 KPGA 코리안 투어에 예상 밖의 흥행 호재로 작용했다. 골프팬들은 이들의 투혼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한시적으로 운영된 상무 골프단도 존속시켜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한 배상문(29)은 올해 초 군 입대 거부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실상 직장과도 같은 PGA 투어 활약을 위해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과거 다른 운동선수 등의 연장 사례를 참고할 때 평등 원칙에 따라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허가해야 한다는 게 배상문 측의 주장이었다. 이에 배상문은 군 입대 연기와 관련해 병무청과 행정 소송까지 벌였지만 패소했다.
이후 배상문은 2015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자신의 불찰을 인정, 성실하게 군 복무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상문은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유일한 한국 선수로 출전해 승점 5점을 따내는 등 선전했지만 그에 대한 사늘한 시선을 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