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어려운데 ‘원샷법’ 임시국회서도 여전히 낮잠… 정부 “올 넘기면 부진 타개 더 어려워져”
한계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돕기 위한 '기업활력제고법', 일명 원샷법이 임시국회에서도 공전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제조업종 중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한 품목이 전체의 30%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의 신속성을 높일 묘안은 원샷법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활법 시행에 대비해 산업연구원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재편 지원대상 선별을 위한 선정 기준과 사업재편 종료시 생산성 향상 목표를 마련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산업부는 기활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을 내놓을 예정이다.
원샷법은 일본의 '산업활력법'을 벤처마킹하고 있다. 대상 기업 선정 기준도 기본적으로 일본의 적용 기준에 준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과잉공급 기준(영업이익률 3년 평균이 과거 15년 평균 대비 15% 이상 감소했거나, 최근 3년 평균가격 변화율이 비용변화율을 하회한 경우)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 제조업 중 과잉공급 품목(산업수)은 55개(28.4%)에 달한다. 전체 194개 제조품목 중 30%에 가까운 품목이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최근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는 조선, 철근, 및 봉강을 포함한 철강, 나프타 등을 중심으로 한 화학 등과 같은 주력산업이 다수 포함됐다. IT 업종에서도 평판디스플레이, 컴퓨터 주변기기 등이 과잉공급 상황에 놓여있다. 전통적인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산업 중에서는 육가공품, 판지 등의 품목이 해당된다.
정부는 이들 산업군 중 과잉공급 구조에 있는 사업을 축소 정리하고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제조업에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이 분야를 막론하고 대거 분포돼 있는 만큼 기업 활력 제고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산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기업의 복잡한 인수, 합병 규제를 한번에 풀어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기활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야당이 '대기업 특혜법'으로 규정하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을 배제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기국회에 이어 10일 열린 임시국회에서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자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는 기활법 국회 통과가 올해를 넘길 경우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 수출 주력 업종의 구조조정의 ‘실기’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 저성장과 글로벌 과잉공급 등 구조적 문제로 수출이 11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도 지난해 각각 15.3%와 14.8%까지 치솟았다.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제조업 부진, 가동률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증가세가 축소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활법이 아니면 업종 구조조정에 시간과 비용 더 많이 들게 된다"이라면서 "수출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기활법 시행이 올해를 넘긴다면 제조업 부진 타개 위한 골든타임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