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천 문화팀 기자
“다음 시즌부터 메리트를 없애는 데 모두 찬성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윈터미팅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주들이 이 같이 밝혔다.
10개 구단은 그동안 연승을 비롯해 승리에 일정 금액의 상여금을 지급해 왔다. 이는 연봉, 계약금, 개인 성적에 따라 받게 되는 보너스와는 별도로 지급된다. 메리트는 규약상 금지돼 있지만, 각 구단이 순위 싸움이 걸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승리한 경기 수에 따라 돈을 푸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때문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각 팀 선수단이 승리 수당의 금액 차이를 두고 구단에 섭섭함을 표하는 일도 있었다. 한 구단은 메리트 시스템을 두고 선수단과 프런트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각 구단은 여러 차례 승리 수당을 없애자고 의견을 냈지만, 지켜지는 일이 드물었다.
메리트 폐지는 최근 불거진 도박 사건 등으로 인해 추락한 프로야구의 위상을 되돌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다. 야구계 전체 역시 메리트 제도의 불합리함과 공정한 경기를 펼치자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는 원만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아직 의문이다. 합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내부 제보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의식했는지, 당초 거론된 5억원보다 두 배 많은 10억원의 보상금을 제보자에게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내부 제보자를 통해서만 적발할 수 있고,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1승이 소중한 것도 사실이다. 각 구단이 약속을 완벽히 지켜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