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출신의 저자 정이숙이 펴낸 이른바 감성복고 에세이다. 청바지와 음악다방으로만 회자되던 1980년대 청년들의 일상에 대해 다채롭고 솔직하게 풀어냈다. 1983년 대학에 입학한 저자가 추억하는 대학 시절 풍경과 성장 과정, 졸업 이후의 삶 등을 따라가다보면 그때 그 시절을 흐뭇하게 그려볼 수 있다. 그녀가 말하는 독수리다방의 추억과 그 시절의 낭만에 대해 들어봤다.
[Interveiw] <응답하라 독수리다방>의 저자 정이숙 작가
책을 펴낸 계기
30여 년 전에 만나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나이 들고 있는 나와 또래 친구들의 20대 시절을 다시 불러내보고 싶었습니다. 아빠, 엄마도 처음부터 아저씨, 아줌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빛나고 설레던 스무 살 시절을 지나왔다는 것을요. 지금 20대를 살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꿈에 대하여
대학 때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추상적이고 다소 거창한 꿈을 가졌어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던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 꿈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 같아 내 다음 세대에게 미안합니다. 현재의 꿈은 지금, 오늘에 집중하는 것. 엉뚱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 유쾌한 엄마가 되는 것. 후회 없이 죽는 것. 여전히 추상적이네요.
‘독수리다방’에 얽힌 추억
연세대 앞에 있는 독수리다방은 그 자체보다 다방의 메모판에 대한 추억이 더 많습니다. 약속이 없는 날에도 메모판을 보면 아는 이름이 한두 명은 붙어 있었어요. 그 메모를 보고 친구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서 같이 놀았습니다. 독수리다방에는 대개 여러 명이 우르르 가서 커피는 한두 잔만 시키고 공짜 빵만 계속 얻어먹었어요.
요즘 ‘독수리다방’을 가본 적이 있는지
독수리다방이 다시 문을 열어서 정말 반갑고 기쁩니다.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커피도 맛있고 책도 많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어요. 다만 공짜 빵을 주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중년의 삶에서 ‘독수리다방’ 같은 존재는 무엇인지
내 대학 동기동창들만 한정해서 생각하면 페이스북에 있는 동기생 그룹이 옛날의 독수리다방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독수리다방 메모판에 했던 것처럼 페이스북에 ‘오늘 만나자‘는 포스팅을 해도 몇 명의 친구들은 꼭 응답을 하고 ’번개‘가 성사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링크 걸어 들려주기도 하고 축하할 일이나 위로할 일도 그곳에서 공유합니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을 추천한다면
1980년대에 저는 시집을 많이 읽었습니다. 신동엽, 김지하, 정호승, 양성우 시인들의 시집을 가방에 늘 넣고 다녔지요.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김용택 시인의 <그래서 당신>을, 감성적인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명현 선생의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을 권해드립니다.
△ 정이숙 작가
20여 년을 광고계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현재의 희망은 지나온 세월에 시비 걸지 않고, 미지의 내일에 겁먹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지금주의자’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