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가사가 쉽고 재미있고 곡조도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다. 2015년 말 짤방(짤림 방지)에 가사가 뜨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애란은 25년이라는 긴 무명생활 끝에 히트 가수가 됐지만 쉰셋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훨씬 더 들어 보인다. 그동안의 간난과 신고를 읽을 수 있는 얼굴이다. 세련되지 않은 노래와 평범한 외모가 친숙함을 불러일으킨다. 건강 장수의 꿈을 부추기는 이 노래는 거절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패러디 가사가 유행하고 있다. 100세가 아니라 150세까지 살겠다는 것도 있다.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파트 분양받아 못 간다고 전해라. 7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개발지에 토지 사서 못 간다고 전해라. (중략) 10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잔금 받아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15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상속재산 정리 중이니 기다리라 전해라.”
신문에 소개하기가 부적절한 에로심술 버전도 있다. 맨 마지막 대목만 옮기면 이렇다. “100대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고 간다고 전해라.”
저세상에서 나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는 옥황상제나 하느님에게 내 말을 전해 달라고 하는 표현이 옳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이 말을 너무나 많이 쓴다. 바로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한다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몇 년 전 민간의 문화활동을 많이 지원한 어느 대기업의 회장님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상을 받고 호텔에서 화려하고 거창한 자축연을 열었다. 그는 인사말을 하면서 “이런 상을 받았다고 해서 앞으로 내가 거룩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거 참 괜찮은 말이네. 나도 한번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했는데, 그 다음 말에 바로 실망하게 됐다. 가족들이 다 나와 객석에 앉아 있는데 그가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 것은 참 많다. 밸런타인데이나 무슨 명절 같은 때 “○○○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세요”라고 물건을 파는 광고문안도 거슬린다. “사랑을 표현(또는 표시)하세요”, “사랑을 알리세요” 이러면 되지 않나?
‘장학금 전달식’이라는 행사 이름도 적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기가 돈을 내서 자기가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나눠 주는데 그게 왜 전달이지? 전달이 아니라 수여, 기부, 증정, 기탁 등으로 바꿔 써야 맞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을 장관이 부처 직원들에게 주는 행사라면 그야 당연히 전달이 맞지.
그런데 잘 따져보지도 않고 ‘전해라’라는 말을 유행어로 쓰는 사람들이 이애란의 노래 때문에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즐겁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