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은 설현인가 쏠(Sol)인가

입력 2016-01-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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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내 예상을 벗어났던 일은 루나의 인기였다. 물론 아이폰6와 쏙 닮은 모양새에 준수한 스펙, 44만 9900원의 저렴한 가격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SK텔레콤과 TG앤컴퍼니의 합작이라는 점도 독특했다. 이통사가 직접 기획해 출시한 폰이라서 띄워주기도 무지하게 띄워주더라. 그 결과 무려 15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루나의 흥행은 시장의 그림을 바꾸어 놓을 정도였다. LG 텔레콤도 화웨이 Y6를 단독 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으며, KT도 전용폰으로 출시한 갤럭시J7의 성적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도 더 활발해졌다. 흥미로운 노릇이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듯이 SK텔레콤은 루나의 차기작을 준비했다. 루나2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TG앤컴퍼니와의 협업이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 이윤 남기기 더 좋은 다른 제조사를 찾은 모양이다. 이번에도 SK텔레콤이 기획부터 참여했다는데, 한번 꼼꼼히 살펴보자.

루나의 차기작은 쏠(Sol). 루나는 달이었고, 이번엔 태양이다. 두 제품의 출신은 다르지만 네이밍에서 자매품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제조를 맡은 브랜드는 알카텔 원터치. 알카텔은 본래 프랑스의 통신장비 업체인데, 중국 TCL이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해 ‘알카텔 원터치’라는 브랜드를 따로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봄 무렵에도 알카텔 원터치의 저가 스마트폰 ‘아이돌 착’을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인연을 만들어왔다.

차세대 루나를 알카텔 원터치가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기존에 해외에 출시됐던 ‘아이돌3’의 제품명을 ‘쏠’로 바꾸기만 한 게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쏠의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쏠의 정체가 아이돌3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치 않다. 스펙과 가성비를 알아보자.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보통 루나의 후속작으로 등장한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상 스펙이 더 좋아져야 하는 게 아니던가. 이름만 봐도 달보다 강력한 태양이 아닌가. 그런데 쏠은 루나보다 다운그레이드된 사양으로 우리를 의아하게 만든다. 프로세서만 봐도 그렇다. 루나는 스냅드래곤 801을 탑재했지만, 쏠은 스냅드래곤 615를 품었다. RAM 용량도 3GB에서 2GB로 줄었다. 그나마 내장 메모리 용량이 후한 편이다. 기본 용량이 64GB이며 SD 카드 슬롯을 지원해 확장 가능하다. 여러모로 살펴봤을 때, 루나폰의 인기 비결이 강력한 스펙과 가격의 아이러니에서 왔음을 생각하면 김빠지는 수준이다.

디자인도 크게 언급할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스마트폰이다. 컬러는 블루블랙, 실버, 골드의 세 가지.

쏠의 장점으로 꼽을 만한 것은 대화면 제품 가운데 가장 가벼운 무게 정도다. 5.5인치 풀HD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지녔지만, 무게는 134g으로 산뜻한 수준이다. 크기에 비해선 배터리 용량도 하찮다. 2,910mAh. 옆 나라에선 샤오미가 10만원대 스마트폰에 4,100mAh의 배터리 용량을 제공하는 시대인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 거 아닌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10,400mAh 외장배터리를 추가 제공한다고. 여기에 JBL 이어폰과 32GB SD 메모리 카드를 함께 증정한다고 하니, 제품보단 사은품이 탐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뭘까, 이 좋은 듯 안 좋은 묘한 정책은?

SK텔레콤이 단독 출시하는 알카텔 원터치 쏠의 출고가는 39만 9300원. 모델은 여전히 설현이다. 설현폰2 정도로 부르는 게 가장 직관적이겠다. 그나저나 사은품과 아름다운 설현의 앞태, 뒤태를 빼면 머리에 남는 게 없다. 이름은 타오르는 태양이건만 영 미지근하다. 뜨거운 건 쏠이 아니라 설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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