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게임 콘텐츠 산업 눈독
중국 거대자본이 코스닥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본은 10여 곳이 넘는 코스닥 기업에 대해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에 나섰고, 올해 역시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많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자본의 코스닥 기업 사냥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는 업종은 화장품 및 바이오와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이다. 최근 들어선 전 업종에 걸쳐 중국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코스닥 지분 취득에 들이는 금액은 100억~3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라며 “한국에서 사업성이 검증된 기업 인수를 통해 중국 내에서 한류 분위기를 타고 큰 성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2014년 중국 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인수한 기업은 아가방컴퍼니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자본은 룽투코리아, 레드로버, 초록뱀미디어, 아비스타, 용현BM 등의 코스닥 기업을 인수합병했으며, 추가로 경영권 매각을 위한 물밑교섭이 이뤄지는 곳도 많다.
경영권 인수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의 지분 투자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코원, 네오이녹스앤모크스, 네오위즈인터넷, FNC엔터, 덱스터, 디지털옵틱, 보타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올해 역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여성복 전문기업 데코앤이는 중국 투자회사 산웨이패션투자유한공사(산웨이패션)가 2대 주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2007년 설립된 산웨이패션은 중국 상하이에서 패션 관련 기업 투자와 자산관리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산웨이패션의 최대주주는 중국 유명 남성복 브랜드 치피랑이 설립한 치피랑홀딩스그룹주식유한공사다. 이번에 이뤄진 투자 외에도 산웨이패션투자유한공사의 추가 투자나 치피랑홀딩스그룹의 단독 투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의 과감한 투자 배경으로는 중국 본토 최대 경제 문제 중 하나인 과잉생산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투자자에게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의 산업 정책이 과거 고정자산 투자에서 인터넷 등으로 변하는 상황도 이런 움직임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에서 고정자산 투자는 성장률이 꺾인 산업”이라며 “지난해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언급한 인터넷, 콘텐츠 관련 산업으로 산업지형이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기업과 협력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 자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중국 자본 유치를 공시한 이후 자금 납부가 늦어지거나 취소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때도 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해 6월 중국 윙챔프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유상증자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진 끝에 4개월 만에 모든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주당 4000원 선이던 주가는 단숨에 1만원 선까지 뛰어올랐으나 현재 4000원대로 다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