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성실맨’으로 통하는 국제부 기자가 지난주 금요일(22일) 지각을 했습니다. 출근 시간을 30분이나 넘겼죠.
나: “왜 이렇게 늦었어요?”
기자: “고속도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타이어 공기압 센서등이 켜지더라고요. 사고 날까봐 집에 차 가져다 놓고 택시 타고 왔어요.”
나: “어머! 타이어에 못 박힌 거 아녜요? 주말에 정비소 가봐야겠네요.”
기자: “그러니까요. 아~ 짜증 나요. 산 지 3개월 밖에 안됐는데….”
오늘(25일) 출근하는데 로비에서 그 기자를 만났습니다. 차는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센서등 오류였다고 하더군요. 고장의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서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지다 보니 ‘타이어 공기압 측정장치(TPMS, 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에서 바람이 빠졌다고 인식한 겁니다.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지상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면서도, 산 지 3개월밖에 안 된 차가 이 정도 추위도 못 견디느냐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폭풍 공감’했습니다. 주말에 저도 차 배터리 때문에 곤혹을 치렀거든요. 지하주차장에 세워놓았는데도 배터리가 방전됐습니다. 지난주 내내 한 번도 끌고 나가지 않은 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이번 주말에 저와 비슷한 경험한 분들 많으시죠. 삼성화재에 따르면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닥친 어제 하루 동안 6만2200건이 넘는 긴급출동 요청이 몰렸습니다. 역대 애니카 서비스의 최대 출동건수인 지난 19일(4만9200건) 기록보다 26%나 더 많습니다. 같은 날 현대해상도 5만2400건의 긴급출동 요청이 들어왔는데요. 지난 3주간 일요일 평균 요청 건수인 8400건보다 6배 넘게 늘었다네요.
“스마트카가 대세라더니 아직 멀었네!”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21세기 자동차는 ‘바퀴 달린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IT기기’죠. 예전에는 페달, 핸들, 변속기 등이 모두 케이블로 직접 연결돼 있었지만 요즘은 운전자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 움직입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트랜스미션을 조정하는 것 자체가 엔진에 리모컨을 누르는 일인 겁니다.
자동차와 IT의 융합은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들은 1km 앞에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고요.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정해 운전도 합니다. 초보 운전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주차도 문제없습니다. 알아서 다 해주니까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 ‘2016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키워드도 스마트카였습니다. 드라마 ‘전격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죠. 지난 7일 자 기사인 ‘CES 가득 채운 ‘스마트카’…삼성전자가 자동차사업 뛰어든 이유는?’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늘 성장통을 동반하죠. 예상치 못한 결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아토피 피부염 같은 현대병입니다.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 오작동도 같은 맥락입니다. MDPS는 운전자가 보다 적은 힘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파워 스티어링 방식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엔진 힘으로 유압펌프를 작동해 핸들을 돌렸지만 2000년대 들어선 연결 센서가 모터를 작동하는 ‘전동식’으로 바뀌었죠. 바퀴와 핸들이 직접 맞물려 있지 않아 승차감이 좋고요. 유압식 펌프를 돌리는 데 엔진 힘을 뺏기지 않아 연료 효율도 높습니다. 부품 원가도 유압식보다 더 저렴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일부 차량에서 MDPS에 탑재된 센서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 운전대가 무거워지는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이 때문에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쏘나타’ 14만대를 리콜했고요. 최근 ‘i30(구형)’와 ‘K5’, ‘스포티지’, ‘투싼’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IT기술 융합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초고속’ 수준이죠. 이젠 ‘어떻게(How)’가 아닌 ‘무엇을(What)’의 싸움입니다.
하지만 정작 운전자들은 TPMS 경고등에 애먼 택시비를 날리고요. 트렁크에 배터리 점프선을 넣고 다닙니다. 생전 처음 들어 본 MDPS 오작동 가능성에 벌벌 떨기도 하죠. 적어도 병신년(丙申年) 세초, 운전자들이 느끼는 기술발전의 속도는 ‘서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