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패권전쟁] 김범석ㆍ신현성ㆍ박은상…벤처 역사상 최고 스펙 CEO

입력 2016-02-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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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대범한 승부’ vs 申 ‘두둑한 배짱’ vs 朴 ‘냉철한 신사’

하버드 경영대학원·와튼스쿨·매켄지 컨설턴트…. IT 벤처업계 역사상 이보다 더 좋은 스펙의 대표들은 없었다. 국내 소셜커머스 ‘빅 3사’인 김범석 쿠팡 대표, 신현성 티몬 대표,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누가 소셜커머스 업계를 제패하고, 유통의 강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쿠팡 김범석 ‘대범한 승부= 김 대표는 7세 때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수학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대학생 시사잡지 ‘커런트’(current)’를 창간했다. 3년 만에 10만부가 팔렸고 미국 시사 주간지인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투자금을 회수한 정도의, 재무ㆍ조직관리ㆍ마케팅 등 경영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 졸업 후에는 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2년간 일하다 명문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잡지사 ‘빈티지미디어’를 세웠다. 4년간 운영한 뒤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애틀란틱미디어에 팔았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창업에 뜻을 세웠고 쿠팡 설립 자금도 마련했다.

쿠팡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다. 2011년에 업계에서 유일하게 주말ㆍ공휴일에도 쉬지 않는 ‘365일 콜센터’를 도입했다. 대기업도 엄두 내지 못한 일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전체 직원 수와 맞먹는 상담원을 한꺼번에 투입해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가 창업 초창기부터 상당히 대범하게 경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3월에는 당일 직접배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출시해 유통과 물류업계를 뒤흔들었다.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또 한 번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의 파격은 계속됐다. 작년 11월에는 전국 각지 당일 배송을 목표로 오는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초대형 물류센터를 오는 2016년 18개, 2017년 21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불법 논란이 있는 로켓배송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현실화해 가는 그의 행보는 혁신 중의 혁신인 것이 분명하다.

◇티몬 신현성 ‘두둑한 배짱’ = 신 대표는 소위 명문가로 불리는 집안의 자제다. 그는 박정희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과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신직수 씨의 손자이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처조카다.

그는 1985년 서울에 태어나 9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이후 세계 경영대학원(MBA) 중 최고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대학생들에게 빈방·기숙사를 소개하는 ‘사이버 부동산’, 배너 광고 대행업체 ‘인바이트 미디어’를 만드는 등 이미 2차례 창업에 도전했다. 이중 ‘인바이트 미디어’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구글에 인수됐다.

대학 졸업 후에는 컨설팅업체 매켄지에 입사했다. 당시 연봉이 3억원이었고 매켄지보다 2배 많은 연봉을 제안한 기업들도 있었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자본금 단돈 50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한국으로 왔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6살이었다. 그가 키운 티몬은 현재 연 거래액 2조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보통의 배짱으로는 불가능했다는 평이다.

그의 배짱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더 투자를 받기 위해 2011년 미국 리빙소셜사에 회사를 매각했지만, 리빙소셜이 경영 악화에 빠지면서 추가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매각 대금 상당액을 리빙소셜의 주식으로 받았다. 이어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미국의 그루폰이 인수 의사를 밝혀 티몬은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지만 그루폰 역시 국내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4년여만인 지난해 4월 글로벌 투자사인 KKR, 앵커에퀴티파트너스 등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그루폰으로부터 티몬 경영권 지분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숱한 인수·합병(M&A)으로 경영에 전념하기 힘들었음에도 그는 티몬을 소셜커머스 업계 2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슈퍼배송, 슈퍼마트, 전품목 무료 반품 등의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위메프 박은상 ‘냉철한 신사’ = 위메프 창업자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사) 대표는 2012년 4월부터 박 대표를 영입해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후 박 대표가 경영을 주도했으며 2013년 7월부터는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박 대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박 대표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마사회 고위 임원을 역임했고, 어머니는 약사다.

눈에 띄는 점은 명문 그가 서울과학고에 진학했다가 중퇴했지만, 이후 검정고시를 본 후 2001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는 것. 이후엔 글로벌 컨설팅사인 매켄지 코리아(서울사무소)에서 2008~2010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는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근무하는 것을 마다하고 30세에 직접 창업에 뛰어들었다. 음식 배달 서비스업계의 강자로 꼽히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나제원 알지피코리아 대표와 함께 소셜커머스 업체 슈가딜을 세웠다. 그는 바로 이듬해 위메프에 슈가딜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그는 컨설팅 기업 출신답게 경영환경에 대한 냉정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회사 운영이 돋보인다. 소셜커머스업계의 과도한 출혈 마케팅이 문제로 꼽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위메프가 그나마 정도가 덜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은 그의 냉철한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대표의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으로 경영되는 방식을 매우 경계하고 직원들과의 토론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가 회의 때 항상 본인의 노트북을 지참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단순히 회의에서 보고만 받는 것이 아니라 열띤 토론을 하기 위해서란다.

이 밖에 신사적인 스타일로 직원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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