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시마 美 FDA 이르면 4월 허가 전망…20조원 시장 눈앞
서정진(60) 셀트리온 회장이 항체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로 미국 진출 고지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특히 삼성전기 평사원으로 입사했던 그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한 후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를 쓰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화이트오크 캠퍼스에서 9일 현지시각 열린 ‘관절염 자문위원회’에서 자문단 24명은 21대 3의 의견으로, 모든 신청 적응증에 램시마를 승인하라고 식품의약국(FDA)에 권고했다.
독립된 기구인 자문위는 FDA가 심사 중인 의약품의 품질·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제공한다. 자문위는 FDA의 허가 자체를 직접 결정하지는 않지만, FDA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이 사실상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램시마가 오는 4월쯤 미국 시판 허가를 획득하면 세계 항체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미국 시장을 뚫은 첫 번째 제품이 된다. 램시마는 유럽에서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2013년 8월 판매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램시마의 미국 시장 진출은 셀트리온에 수조원의 매출을 보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램시마는 미국 얀센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와 효능이 동일한 복제약인데, 레미케이드는 판매액으로 세계 3위(2014년 기준·약 11조8000억원)의 의약품이다. 또 세계 최대 항체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램시마 관련 시장만 지난해 기준 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을 뚫은 데에는 뚝심으로 버텨온 서 회장의 인고(忍苦)의 세월이 있다. 1957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서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에서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한국생산성본부로 옮겼다. 당시 대우자동차를 컨설팅 하다가 김우중 대우 회장에게 발탁돼 34세에 최연소 임원이 되는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외환위기기 등으로 대우는 해체됐고 고민 끝에 2002년 동료 10여명과 생명공학회사인 셀트리온을 설립해 샐러리맨에서 기업가로 변신한다. 그 시절 바이오산업이 미래 유망 분야가 될 것이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사업에 과감히 뛰어드는 이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내린 결정이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산업은 불모지였던다. 더군다나 국내 신생 중소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고까지 여겨졌다. 역시나 자금, 기술력, 제도 등 수많은 장애에 부딪혔다. 특히 2005년 코스닥에 상장된 이후 서 회장은 분식 회계, 경영권 포기, 상장 폐지, 매각 등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예견하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대한민국 대표 생명공학회사로 등극했으며, 유럽에 이어 제약시장의 심장부인 미국까지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시장 점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신생 분야라 아직 글로벌 절대 강자가 없어 충분히 세계 1위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의 평사원이었던 서 회장이 삼성의 계열사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앞서 대한민국 바이오시밀러 대표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3월 유럽에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SB2‘의 허가를 신청했다. 예상대로 허가 절차가 진행되면 올해 상반기에 유럽 판매를 허가 받는다. 미국 허가 절차도 올해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이 삼성보다 더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중 글로벌 시판 허가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약으로 꼽히는 ‘베네팔리’도 지난달에서야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고, 미국에는 신청 절차도 하기 전이다.
셀트리온을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열 것이라는 서 회장의 목표 달성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