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아와 대법원 판결, 연예인 인권은?[배국남의 눈]

입력 2016-02-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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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아
대법원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배우 성현아(41)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8일 사업가에게 거액을 받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은 성현아에 대해 “성씨가 진지한 교제를 염두에 두고 A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대가성 성관계를 처벌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 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성현아는 사업가 A씨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2010년 2∼3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세 차례 성관계한 대가로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법 위반)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됐으나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는데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성현아에 대한 이날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은 수사과정부터 기소, 1, 2심 그리고 대법원판결까지의 과정에서 보인 검찰, 언론, 일부 대중 등의 성현아를 비롯한 적지 않은 연예인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성현아 사건은 2013년 12월 12일 유명 탤런트를 비롯한 수십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동원된 조직적 성매매 사건에 대한 검찰(수원지검 안산지청)수사가 시작됐다는 한 일간지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내 연예매체를 비롯한 수많은 미디어가 인용 혹은 수원지검 취재를 통해 수천개의 연예인 성매매 의혹 기사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 추측성 보도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인권 침해성 보도들이 난무했다. 성매매 연예인 실명 리스트가 담긴 증권가 찌라시도 돌면서 인터넷과 SNS를 타고 연예인 성매매 의혹은 급속도로 대량유통 됐고 일부 대중은 성현아를 비롯한 이름이 오른 내린 연예인들에 대해 사실 확인도 없이 마녀사냥식 비난을 쏟아냈다. 적지 않은 매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해 연예인의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했다. 성현아에 대한 대법원의 18일 판결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언론, 검찰, 대중의 문제 있는 행태에 대한 개선도 과제로 남겼다. (다음은 성현아 사건의 검찰수사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던 배국남 닷컴에 실린 2013년 12월 19일자 칼럼이다)

*성매매? 연예인은 인권도 없나! [배국남의 직격탄](2013년 12월 19일자 칼럼)

12월 12일 서울 대검찰청 베리타스홀,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었다. 법무부가 세계 인권의 날 65주년을 맞아 주최한 것이다. 주제는 ‘미디어와 인권’ 그리고 첫 번째 세션 내용은 ‘피의사실 공표와 미디어’였다.

같은 시각 한 일간지 기사 하나가 대중의 눈길을 잡았다. 유명 탤런트를 비롯한 수십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동원된 조직적 성매매 사건에 대한 검찰(수원지검 안산지청)수사가 시작됐다는 보도다. 곧 바로 연예매체를 비롯한 수많은 미디어가 인용 혹은 수원지검 취재를 통해 수백개의 연예인 성매매 의혹 기사를 쏟아냈다. 사실무근의 성매매 연예인 실명 리스트가 담긴 증권가 찌라시도 난무했다. 인터넷과 SNS를 타고 연예인 성매매 의혹은 급속도로 대량유통 됐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연예인을 성매매자로 매도하며 사이버테러까지 자행했다. 일시에 여자 연예인 성매매 의혹은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예인을 떠나 한 여성으로서 참을 수 없는 참담함과 수치심을 느낀다.” “성취향에 대한 악의적 소문으로 죽고 싶다.” “연예인이기 전에 부모의 딸이자 여성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회의가 느껴진다.”“극단적 생각마저 했다. ”“연예인이 검찰 봉인가. 연예인은 인권도 없나.”…

언론과 인터넷에 성매매 의혹 관련 인물로 적시되거나 암시된 조혜련 이다해 신지 황수정 성현아 등 여자 연예인의 절규가 이어졌다. 그리고 악성루머 유포자에 대한 수사의뢰 입장을 밝혔다.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 일부 연예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인권침해 및 명예훼손, 인격살해는 누구의 책임일까. 소문 유포자만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성매매 의혹과 관련된 연예인의 인권과 인격 침해는 검찰과 미디어, 그리고 일부 대중의 삼각 공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소 이전 피의사실이나 수사내용을 공표하면 피의자는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에 해당하는 정보를 언론에 흘릴 경우 심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언론에 대해 연예인 성매매에 대한 수사 언급만으로 특정 연예인에 대한 악성루머와 사실무근의 추측성 소문을 유포시키는 단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 피해를 초래하는 진원지 역할을 했다. 여자 연예인에 대한 최대 가해자가 검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미디어 역시 가해자다. 이번 사건으로 더 많은 독자나 시청자, 네티즌의 눈길을 끌기위해 선정성과 자극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기에. 미디어 역시 자극적 선정성으로 무장한 추측성 보도로 연예인의 피해를 양산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대중문화의 겉과 속’에서 주장하듯 연예 저널리즘이 연예인 사생활 공개를 무책임하게 하고 매우 나쁜 의미의 선정주의에 만연돼 있으며 과장과 노골적인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연예인 성매매 의혹 보도는 단적인 사례다.

대중은 면책되는 것일까. 천만에.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정보와 악성루머의 생산과 유통을 하는 일부 네티즌과 대중도 연예인의 인격살해의 공범자다. 조슈아 겜슨은‘Claims to Fame’을 통해“연예인의 세계는 사실과 허위가 뒤섞여 그 두 가지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계선에서 펼쳐진다. 대중은 연예인에 대한 험담과 진실추적 게임이 반허구적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그것 자체를 즐긴다”고 했다. 타당한 분석이지만 이번 성매매 의혹 사건처럼 대중이 특정 연예인을 상대로 펼치는 험담과 진실추적 게임은 연예인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겼다.

검찰과 미디어, 그리고 대중의 삼각 야합 속에 여자 연예인의 인권과 인격이 무참히 짓밟혔다. “연예인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인데도 심심풀이 땅콩용으로 루머를 소비하는 대중과 사실과 상관없이 자극적 추측 보도로 눈길만 끌려는 언론, 그리고 피의사실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사실을 공개한 검찰의 봉이지요.”한 연예인의 분노다. 이 연예인의 분노는 연예인 피해의 진원지인 검찰이 소문을 퍼트린 일부 네티즌과 대중을 상대로 연예인의 성매매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다는 언론보도가 한편의 코미디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것도 씁쓸한 웃음만 나오는 코미디.

아, 물론 검찰과 언론, 대중은 알겠지요. ‘미디어와 인권’심포지엄이 열린 장소(‘베리타스’)명칭 의미가 ‘진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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