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협회가 28일(현지시간)열리는 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사람들을 거명하며 감사하는 수상 소감을 금지하는 새로운 시상식 규칙을 만들었다는 외신 보도를 접하면서 바로 떠오른 우리 스타들의 수상소감입니다.
아카데미협회는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선 감사하는 사람들의 명단은 미리 받아 스크린을 통해 자막으로 내보내고 수상 소감은 45초로 제한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정작 시간제한과 감사하는 사람 명단 자막처리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아요.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방송사 연기-연예대상, 대중문화예술상,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AMA)…
수많은 우리 대중문화 시상식에는 감동은 고사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수상 연예인의 소감으로 넘쳐나니까요. 바로 스타나 연예인의 수상소감 대부분이 기획사 사장, 직원 심지어는 코디, 미용실 메이크업해주는 원장에게 감사한다는 형식적인 수상소감입니다. 또한, 영화 드라마 음악 연예 등 대중문화상을 받은 스타들이 특정 종교를 지나치게 언급하거나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음반 등을 홍보하는 수상소감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시상식에서 사랑고백 이벤트를 수상소감으로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가관입니다.
대중문화 시상식의 수상자 소감은 그 나라 대중문화인의 품격과 의식 수준을 보여줍니다. 과연 미장원 원장님께, 기획사 사장님께 감사하고 출연한 영화 봐달라는 수상소감에서 품격을 찾을 수 있겠나요.
물론 황정민의 밥상 수상소감 등 극소수 스타들의 수상소감은 정말 감동을 주기도 하고 의미와 화두를 던져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의 수상소감은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문화 시상식의 가장 기쁜 수상 순간에 터져 나오는 스타의 진솔한 수상소감에는 삶과 연기, 음악의 철학이 담겨 있고 지향하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스타의 인상적인 수상소감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인생의 큰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치기도 합니다.
지난해 열린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스타들의 소감을 한번 볼까요. 여우조연상 수상자 퍼트리샤 아켓은 “아이를 낳은 모든 여성 여러분, 이 나라에 세금을 내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이 평등권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에게요”라고 했고 국가 기밀을 폭로한 전 미국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티즌포’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로라 포이트러스는 “스노든의 내부 고발은 단순히 사생활 침해의 문제점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잡스’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케이트 윈슬렛은 “한때 뚱뚱한 여자 캐릭터를 맡으라는 말을 들었어요. 지금의 나를 보세요. 자신을 의심하는 모든 젊은 여성들에게 이 상을 받칩니다”라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래도 “기획사 사장님, 미용실 원장님 감사해요”라는 수상소감이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