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형 SNS의 역습…‘사이버 망명지’ 텔레그램 사용자 1억명 돌파

입력 2016-02-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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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츠앱의 경쟁자로 부상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폐쇄형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역습이 시작됐다. 러시아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사용자가 월 1억명을 돌파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기조연설에 나서 이 같이 밝히고 “지난해 5월 이후 텔레그램 이용자가 3800만명 늘어났다”며 “매일 35만명의 사용자가 새로 가입하고 있고 하루에 창출되는 메시지는 150억건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두로프 CEO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무료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타깃 광고를 채택하는 다른 IT기업도 비판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산하 메신저인 와츠앱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텔레그램은 지난 2013년 설립 직후 사용자가 10만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 12월에는 5000만명으로 증가하고 10억건의 메시지가 오고간다고 밝혔다. 1년여 만에 사용자가 두 배 늘어난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월 사용자가 8억명, 와츠앱은 10억 명에 각각 이른다고 밝혔다. 와츠앱에서 하루에 교환되는 메시지는 약 420억건이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삭제 기능도 제공한다. 이에 제3자가 메시지를 몰래 엿보거나 각국 정부가 검열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버 망명지’로도 불린다. 젊은층과 정치활동가, 테러리스트 그룹 등이 사생활 보호와 보안 강화 등의 이유로 텔레그램을 선호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또 텔레그램은 테러리스트의 플랫폼이 된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도 되고 있다. 지난주 애플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도우라는 법원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국가안보와 사생활 보호 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정부가 아이폰 암호체제를 흔들 수 있는 우회통로를 만들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로프 CEO는 “나는 팀 쿡의 편”이라며 “각국 사회가 사생활 보호와 테러 위협을 낮추는 이슈 중 어느 것을 택할지를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램도 약 20명의 직원을 고용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분자와 포르노 영화 전파와 관련된 채널들을 모니터링해 폐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여전히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 강력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신흥국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가장 인기 있는 시장으로 이란을 꼽고, “이란에서 2000만명이 우리 서비스를 내려받았다”며 “미국과 브라질 스페인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도 사용자가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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