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인 삼성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성진(59)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에 대한 항소심 결론이 오는 5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26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4월 말 즈음에는 변론을 종결하고 5월 말에는 선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사장이 세탁기를 양손으로 누른 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는데도 원심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세탁기를 누른 것은 테스트가 아닌 손괴라고 봐야 하고, 이러한 인식이 있었는데도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판단" 이라고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변호인은 "최고경영자인 조 사장이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그것도 경쟁사 매장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고 CCTV가 켜져 있는데 어떻게 손괴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검찰 주장에 대해 1심에서 준비기일 5차, 8차 공판기일, 증인 13명에 대한 신문까지 다 마쳤고 그 결과 무죄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조 사장이 세탁기를 누르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 센터에 맡겨 정밀분석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탁기 본체와 문을 연결하는 '힌지'의 회복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1심에서도 대검에 의뢰해 만든 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오래걸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 의견을 구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후 1년여 시간이 흘렀는데, 과연 어느 기관이 제대로 의견을 낼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논의를 거쳐 CCTV 영상을 분석은 받아들였고, 전문가 의견에 대한 사실조회 부분은 다음 기일인 3월 30일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LG와 삼성의 세탁기 분쟁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에서 자사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을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LG전자 측에서 4대의 가격을 변상했지만, 추가로 확인 한 CCTV를 통해 조사장의 파손 고의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해 갈등이 확산됐다. 1심 재판부는 "세탁기가 망가지긴 했지만, 조 사장이 고의로 물리적인 힘을 가했다는 증거가 없고, 다른 방문객에 의해 파손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