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독일 나치스의 마수를 피해 숨어 지낸 2년 동안 일어난 일을 생생하게 기록한 ‘안네의 일기’의 한 대목이다. 세계인에게 ‘눈물 다발’ 가득 안겼던 이 명작을 남긴 사람은 당시 10대 유대인 소녀인 아네 마리 프랑크, 일명 안네 프랑크(1929.6.12~1945.3.12)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유대인 가정의 둘째 딸로 출생한 안네는 나치스가 유대인을 박해하기 시작하자 1933년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돼 1941년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면서 유대인의 탄압이 더 집요해지자, 1942년 안네 가족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식료품 공장 창고와 뒷방 사무실에서 다른 유대인 가족 4명과 은신하게 된다.
그러나 1944년 8월 4일 누군가의 밀고로 발각돼 독일의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안네는 이어 1945년 3월 독일 하노버 근처에 있는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에 보내졌다가 언니 마고트와 함께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겨우 16세였다.
‘안네의 일기’는 그가 아버지로부터 13세 생일에 축하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기록된 삶의 기록이다. 이 숨죽인 일기에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 과정과, 곤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용기가 잘 표현돼 있다.
‘안네의 일기’는 가족 중 유일하게 생존한 아버지가 발견해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판했다. 이후 이 작품은 각국어로 번역돼 세계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북동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은 연 방문객의 수가 50만 명을 넘는 관광명소가 됐고, 그곳에는 ‘안네의 일기’를 각국어로 번역한 48권의 책과 가족 및 수용소 사진 등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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