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나선 대학생들
“1988년만큼 집값이 뛰지도 않을 테고 금리도 낮으니 주식밖에 답이 없죠.”
2000년 초반 대학가를 휩쓸었던 주식투자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부모님 세대만큼 부동산 상승세를 누리기 어렵고 금리 혜택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찍이 자산관리 공부에 나서는 학생들이 느는 것이다.
대학가 주식 동아리는 IMF 외환위기가 잦아들고 코스닥 시장이 기지개를 켜던 2000년 전후 속속 등장했다. 1999년 결성된 서울대 스믹(SMIC)을 필두로 2003년 연세대 연세투자회(YIG), 2004년 고려대 큐빅(KUVIC), 2005년 숙명여대 아이코스(ICOS), 2006년 이화여대 이화투자분석회(EIA) 등이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한 학교 내에서도 투자 유형에 따라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동아리와 시황에 따른 단기 투자 위주인 동아리 등 여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정식 동아리 외에도 소규모 스터디로 주식 투자를 공부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숙명여대 아이코스는 선배대부터 모아온 동아리 투자자금을 수습기간을 뗀 정회원에게 분배해 각자 운용하는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홍미연 아이코스 회장(LCB외식경영 11학번)은 “일반적으로 동아리 투자 자금을 소수 책임자가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운용하지만 아이코스는 이를 회원들에게 분배해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수익의 절반은 개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책임감 있는 분석과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결성 이후 대부분 시장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내던 아이코스는 지난해 하반기 변동장을 거치며 9.12% 손실을 봤다. 홍 회장은 “작년 10월 이후로는 주식 비중을 30%까지 낮추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보유한 상태”라며 “변동장에서 현금비중을 늘린 것도 회의를 거쳐 나온 하나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실을 내면서도 보유한 종목들은 의료기기와 화장품 산업군에서 장기적으로 상승 동력을 지닌 가치주로서 단기 하락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시장을 관찰하며 유동자금으로 단기 투자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증권업계 현업에 진출해 승승장구하는 선배들의 모습도 대학가에 주식투자 훈풍을 불어넣는 요인이다. 시니어급으로는 스믹 출신의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과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최준철 VIP 투자자문 대표 등이 유명하다. 아이코스 출신들도 SK증권, 피데스투자자문, JP모건 등을 비롯해 은행과 경제신문 등 금융투자업계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