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실패로 조프레시 국내 론칭 2년 만에 철수…포에버21·망고 등 잇따라 사업 접어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가 지난해 국내 시장서 패션 브랜드 최초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유일하게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세계 1, 2위 브랜드 자라와 H&M을 비롯한 대다수의 SPA 브랜드들이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문을 닫거나 아예 한국서 철수하는 브랜드들도 잇따르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진출한 세계 최초의 디자이너 SPA 브랜드 조프레시가 2년 만에 전격 철수한다. 조프레시는 지난 2014년 5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야심차게 론칭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5월 플래그십스토어인 명동점을 철수시켰다. 이어 영등포 타임스퀘어점과 롯데몰 수원점이 문을 닫았고, 현재 영업 중인 매장도 이달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미국 LA에서 3년째 매출 4위를 달리고 있는 포에버21도 지난해 11월 말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를 접었고, 망고도 최근 매출 부침을 겪으면서 명동 롯데 영플라자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매장의 문을 닫았다. 마시모두띠, 홀리스터, 아베크롬비, 버쉬카 등 잇따라 한국에 상륙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자라와 H&M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라는 2013년 매출이 전년보다 11.5%, 2014년에는 4.6% 각각 감소했다. 2013년엔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4년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영업손실(8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과 2012년 69.4%, 42.4%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던 H&M 역시 2013년 들어서는 36.3%, 2014년 12.8%로 주춤하더니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62억원에서 34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반면 자라의 모기업인 스페인 인디텍스와 H&M 모기업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인터내셔널AB는 세계 SPA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는 현지화 실패가 꼽힌다. 사이즈가 한국 체형에 맞지 않고, 디자인도 한국 정서와 동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이 디자인이나 가격 모두 차별화되지 않았다”며 “깐깐한 한국 소비자는 SPA 브랜드여도 기능성과 품질을 선호하지만, 국내 진출한 글로벌 SPA 브랜드 제품의 가성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고전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패션시장은 1.8% 성장해 사실상 역신장했고, 올해도 고작 2% 수준의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으면 바로 철수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올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