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1부 차장
본지가 지난 한 달간 일련의 보도를 통해 포스코의 경영 부실·부패를 다루자 기자를 향해 묻는 질문들이다.
기자는 이 같은 질문들이 지속되자 “주인 없는 포스코의 문제가 끝났다고 보는가?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긴밀하게 진행되는데 눈감아야 하는가? 전·현직 핵심 인사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본인의 이름 석 자가 거론되는 것에 손사래를 치는데 배후가 있겠는가?”라는 역질문을 던지고 있다. 역질문이 그나마 해명(?)이 되고, 신뢰성을 전달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나름의 판단이다.
포스코.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다. 제철보국(製鐵報國) 의지 하나로 일본으로부터 1240억원의 청구권 자금을 끌어와 철강 신화를 일구며 한국을 대표하는 건실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포스코다.
그러나 기자는 거창한 포스코의 역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거론하고 싶지 않다. 48년의 역사를 가진 포스코의 태생만큼이나 깊은 삶을 깨우치지 못한 청년이 말하기에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지, 현장에서 들리는 ‘지금의 진짜 포스코’를 말하고 싶었다. 포항 청송대에서 이사회가 열리던 지난달 19일 기자는 포항을 찾았다. 포항역에서 포스코 본사로 이동하는 30여분 동안 포스코에 대한 포항시민의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코 본사로 가자”라는 한마디에 택시 기사는 쉴 새 없이 포스코의 어제·오늘은 물론 내일까지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겠어요?”라는 무서운 전망으로 현장 도착과 함께 대화가 마무리됐다. 이날 포항에서 만났던 포스코 관계자 및 협력사, 하청업체,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 역시 택시 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이는 없었다. 포스코의 도시 포항에서 포스코를 지적한다는 것은 내 형제, 삼촌, 작은아버지를 찍어 내릴 수 있는 뒷일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협력·하청업체 등이 실타래처럼 엮어 있는 포항 경제망에서 한 집 건너 한 집은 포스코 관계자가 거주한다.
어쩜 북한이 주민들을 서로 감시·통제하는 ‘5호담당제’로 유례가 없는 독재 국가라고 불리는 것처럼, 포항에서 포스코는 그만큼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기자의 행선지를 현지 포스코 대관팀은 모두 파악하고 있었으니, 포항은 포스코의 도시가 분명한 듯싶다.
혹자는 포스코의 문제는 다 과거 얘기라며 지금은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스코의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당장 이달 말 상장 폐지가 결정되는 포스코플랜텍, 5월 2일 본 가동을 앞두고 있는 포스코그린가스텍, 공장가동이 멈춘 포스코엠텍, 인도네시아·브라질 제철소 문제, 해외에서 팔지 못하고 국내로 역수입하는 문제 등 아직 언론이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 너무 많다. 이처럼 포스코의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기자의 취재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진짜 포스코를 말해보자는 의미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