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크라우드펀딩③] ‘귀향’의 기적 일군 7만5270명의 쌈짓돈

입력 2016-04-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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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의미 담을수록 보다 활발… 무명 예술가감독 ‘창작 도우미’로

(출처='귀향' 스틸 캡처)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문화계의 자금 조달 방법으로 최근 적극 활용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과거에는 독립 영화나 저예산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클라우드펀딩으로 만들어진 흥행작이 속속 등장하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된 크라우드펀딩은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에서 보다 활발하게 전개된다. 2월 24일 개봉해 3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귀향’은 투자 유치가 녹록치 않자 크라우드펀딩을 실시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담은 이 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았고, 문자·ARS 후원,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 펀딩, 유캔 펀딩 등을 통해 순 제작비의 50% 이상인 총 12억원이 마련됐다. 참여 인원만 약 7만3164명으로 집계됐다. 이 영화는 개봉 3일째 60만명에 달하는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다. 누적 매출액은 269억원으로 총 제작비 25억원의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크라우드펀딩은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6월 600만 관객을 돌파한 ‘연평해전’의 경우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해 실질적 수익이 극대화됐다. 지난해 개봉 영화 중 투자 대비 100%의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는 ‘베테랑’과 ‘검은 사제들’ 그리고 ‘연평해전’ 세 작품뿐이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펀딩이 대중적 성격을 띈 계기로 2012년 개봉한 영화 ‘26년’을 꼽았다. 유명 웹툰작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크랭크인을 앞두고 투자사들이 투자를 철회하는 바람에 제작이 무산됐다. 하지만 4년 후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굿펀딩’에 의해 이틀 만에 1억3000만원이 모이면서 사회적 이슈를 모았다.

이후 많은 영화들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들의 소셜 필름 메이킹 방식을 도입하여 제작비를 충당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관심을 받으며 흥행까지 성공시키는 효과를 경험하게 됐다. 현재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문화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이 대중에게 얻고자 하는 수익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투자와는 다르다. 여기에는 후원자의 기호와 취향,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후원자가 동의하지 못한다면 금전적 투자로 이어질 수 없다. ‘귀향’, ‘연평해전’, ‘26년’이 펀딩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예로 미국 가수 줄리아 넌스는 신규 앨범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금 사용 목록을 낱낱이 공개했고, 4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이유와 앨범 작업하는 과정을 올려 홍보에 성공했다. 그 결과 1만5000달러(약 1728만원)의 목표 금액의 5배에 달하는 7만7888달러(약 8976만원)이 걷혀 펀딩에 성공했다.

‘연평해전’을 연출한 김학순 감독은 “처음 이 영화가 가진 편견으로 제작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며 “크라우드펀딩을 결정했을 때 ‘왜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전하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크라우드펀딩은 제작자의 창작물에 대중이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제도로서 최고 수혜자는 제작자라고 볼 수 있다. 유명 감독이 아닌 신인 감독, 무명 예술가들이 자신의 뜻을 펼치기 전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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