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톡] 면세점 찾은 6000명 中 아오란 직원들… “송혜교 팩트 주세요!”

입력 2016-04-04 17:28수정 2016-04-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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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지난해(1~9월) 중국에서 판매된 한국 화장품 1위는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이라고 하네요.(KBS '태양의 후예')

벚꽃이 몽우리를 터트리던 지난주 ‘불금(불타는 금요일)’ 신라아이파크와 63갤러리 면세점 앞에 ‘중국 아오란(奧藍; AURANCE) 그룹’ 안내판을 단 관광버스 140대가 줄지어 주차됐습니다.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긴 줄이었죠. 240명의 가이드가 먼저 하차해 동선을 논의했습니다. 마중 나온 면세점 직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죠. 짧은 주변 정리가 끝난 후 6000명의 관광객이 면세점으로 입장했습니다. 워낙 대규모 인원이라 두 곳의 면세점에 3000명씩 나눠 방문했다고 하네요.

대륙의 스케일은 남달랐습니다. 품질 좋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홍삼제품은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고요. 한 관광객은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송혜교가 차고 나온 제이에스티나 귀걸이를 100개나 주문했습니다.

“请 给我 这个 化妆品(칭 게이워 저거 화좡핀; 이 화장품 주세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건 우리나라 화장품이었습니다. 설화수와 후, 라네즈 매장은 몰려드는 손님 덕에 발 디딜 틈이 없었죠. 얼마나 팔렸느냐고요? 이날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에서 아모레퍼시픽 6개 브랜드(설화수ㆍ헤라ㆍ라네즈ㆍ아이오페ㆍ아모레퍼시픽ㆍ리리코스)의 매출은 평소보다 2.5배 늘었습니다. 후ㆍ숨ㆍ오휘 브랜드를 갖고 있는 LG생활건강 판매도 2~3배 급증했죠. 63갤러리아 면세점의 판매 금ㆍ은ㆍ동 역시 설화수와 라네즈, 후가 휩쓸었습니다.

중국인들의 한국 화장품 사랑은 유명합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1~9월) 중국 내 한국 화장품 판매 규모는 4억8900만 달러(약 5600억원)에 달합니다. 1년 만에 236% 급증했죠. 시장점유율도 10%에서 22%로 껑충 뛰었습니다. ‘뷰티 천국’ 일본과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코스메틱 종주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도 무섭게 따라잡고 있습니다.

▲지난해(1~9월) 중국의 국가별 화장품 수입동향/단위: 천 달러(출처=중국해관ㆍ코트라)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뭘까요? ‘별그대’ 방영 이후 전 세계적으로 1.2초에 한 개씩 판매되고 있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입니다. 메이크업베이스와 파운데이션, 선크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죠. 중국 업체들도 비슷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한국이 원조’라는 인식 때문에 중국 여성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도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코스메슈티컬(의약품+화장품)'의 대표주자 리더스 마스크팩도 인기가 좋았고요. 잇츠스킨의 ‘달팽이 크림’,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 수딩젤’,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시드세럼’ 역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 덕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매년 10%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죠.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로레알과 에스티로더는 지난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는데 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샤넬이나 랑콤, SK-ll 등 해외브랜드를 더 즐겨 쓰는데 말이죠.

“한국 화장품은 중국 제품과 가격은 비슷하지만, 품질이 더 좋다.”

예전 한국의 중국 시장용 상품들은 질보다 양이었습니다. 싸고 푸짐하면 장땡이었죠. 하지만 최근 중국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양이 아닌 질을 따지기 시작한 거죠. 이 같은 트렌드 속에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한방’, ‘코스메슈티컬’, ‘자연친화’ 키워드는 중국 여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였습니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루이비통 계열의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의 전 최고경영자(CEO) 미레유 길리아노가 쓴 책입니다. 프랑스 화장품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죠. 세계 1위 시장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의 아성을 뛰어넘을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동양 여성의 늙지 않는 비결, 한국 화장품’이란 책이 나오겠지요. 대륙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K뷰티의 선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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