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치킨 브랜드 7개를 대 주세요. 시작!
은지원: BBQ.
강호동: 페리카나.
이승기: 본스치킨.
이수근: 컬투치킨. (반환점 돌고)
이승기: 네네치킨.
강호동: 양념치킨……??!!
웹 예능프로그램의 시초 ‘신서유기’ 한 장면입니다. 원조 ‘1박 2일’ 멤버 재회로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죠. 재미, 캐릭터, 스토리, 정보 뭐하나 빠진 것이 없더군요. ‘역시 나 PD!’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배꼽 잡고 봤네요.
본방사수가 익숙한 저에게 ‘신서유기’는 신선을 넘어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방송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1500원 주고 다시보기를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포털에 검색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더군요.
공중파였다면 ‘삑~’ 소리로 처리됐을 상표 이름 대기는 게임 소재로 활용하고요. 술 한 잔 마신 뒤 어둔한 발음으로 이어가는 음주 방송은 그저 에피소드일 뿐입니다. 19일부터 방송되는 ‘신서유기 2’에서는 간접광고(PPL)도 본격적으로 들어간다고 하죠? ‘태양의 후예’ PPL은 애교가 되겠네요.
함께 본 친구는 “그래도 방송인데, 좀 심하다”라며 보기 불편해 하더군요.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 생방송을 즐겨보는 저에겐 그저 또 다른 방식의 리얼이었습니다.
13억6300만원. 5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신서유기’의 광고 수익입니다. 동영상 재생 전 들어가는 광고 보기를 통해 한 회에 25원씩 돈을 벌었는데요. 지상파 16부작 미니시리즈에 붙은 광고 수익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PPL이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신서유기 2’ 수익은 이보다 더 많겠죠?
이 때문에 신서유기의 선전은 '스낵 컬처(Snack Culture)' 확산을 앞당겼습니다. 스낵 컬처란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말하는데요. 웹툰, 동영상 클립, 카드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죠.
공중파도 아닌데 누가 보겠느냐고요? 지난해 3월 공개된 ‘우리 옆집에 엑소(EXO)가 산다’는 2000만 뷰를 코앞에 두고 있고요. 삼성이 기획한 ‘도전에 반하다’는 1660만 뷰를 넘어섰습니다.
이 밖에 ‘당신을 주문합니다’(1553만 뷰), ‘우리 헤어졌어요’(1154만 뷰), ‘퐁당퐁당 LOVE’(1065만 뷰), ‘초코뱅크’(577만 뷰), ‘연애세포’(324만 뷰) 등도 큰 인기를 끌었죠. 한 번 재생에 15~25원 정도 광고 수익이 붙으니, 얼마나 벌어들일지 감이 오시나요?
‘1세대 작가’ 윤태호(미생)ㆍ강풀(순정만화)ㆍ강도하(위대한 캣츠비)에서 시작된 웹툰 시장 역시 십여 년 만에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스낵 컬처는 영화ㆍ드라마ㆍ종이책 등으로 제작되며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는데요. 안방극장에서 대박을 친 ‘미생’과 ‘치즈인더트랩’은 웹툰에서 흥행이 검증된 스토리였습니다. 하상욱의 SNS 시집 ‘서울시’는 종이책으로 출간돼 20만부 넘게 팔렸죠. 김유정, 박보검 주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도 웹 소설이 원작입니다.
43%. KT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20대 모바일 완독률입니다. 초반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반도 채 안 본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낵 컬처는 지난친 압축으로 정보도 부족하고 깊이감도 없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스낵 컬처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문화 다양성에 밑거름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것 아닐까요? 효과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도 ‘윈윈(win-win)’이고요. 제가 ‘신서유기’에 나온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본 뒤 중국 시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입 짧은 한국인들의 입맛 확 살려주는 스낵 컬처, 맛있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