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축하해!”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가 축하를 받았다. 도켄홈메이트컵 우승 직후가 아니다. 대회 셋째 날 경기를 마친 16일 오후의 일이다.
김경태는 이날 후쿠시마 지진 피해 돕기에 동참하며 팬사인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한 일본인 기자는 김경태에게 “우승 축하해”라고 말해 김경태를 당혹스럽게 했다.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로 2위 그룹과 4타나 앞선 상황이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기자들은 김경태의 우승을 기정사실화했다. 스코어 때문이 아니다. 강한 바람과 까다로운 코스 속에서 김경태 만큼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한마디로 격이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일부에서는 “또 외국인 시리즈가 시작됐다”, “김경태 또 우승인가”라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경태가 너무 강하다”라며 김경태의 이유있는 독주에 두 손을 들었다.
지난해 5승을 올리며 다승왕과 상금왕을 거머쥔 그다. 격이 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김경태의 우승엔 몇 가지 다른 의미가 담겨 있어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시즌 첫 우승으로 JGTO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올해 김경태의 목표는 리우올림픽 출전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이다. 결국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PGA 투어 무대로 가기 위한 첫 단추를 깔끔하게 끼운 셈이다.
김경태는 현재 세계랭킹 75위로 26위 안병훈(25ㆍCJ오쇼핑)에 이어 한국인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리우올림픽 남자 골프엔 안병훈과 김경태가 출전한다. 더구나 김경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경쟁자 최경주(45ㆍSK텔레콤), 송영한(25ㆍ신한금융그룹)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 리우로 가는 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두 번째는 통산 11승이라는 점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국인 첫 상금왕에 오른 2010년에는 일본오픈에서 4타차 역전 우승을 장식하는 등 한 시즌 3승을 달성하며 일본 투어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특히 김경태는 21개 대회 중 12개 대회에서 톱5에 진입,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2011년과 2012년은 각각 1승씩을 추가했다. 2012년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는 26번째 생일(9월 2일)에 JGTO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슬럼프는 헤어날 길이 없었다. 2014년에는 톱10에 고작 3차례 진입했을 뿐이다.
그러나 김경태는 지난해 3년 만의 우승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했고, 이후 4번의 우승컵을 더 챙기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그리고 맞은 올 시즌 첫 대회마저 우승으로 장식,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최강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JGTO 통산 상금 7억엔(약 70억원) 돌파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부터 JGTO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태는 이 대회 전까지 통산 10승으로 6억7943만5891엔(약 6억8000만원)을 모았다. 거기에 이번 대회 우승상금 2600만엔(약 2억7000만원)을 보태 7억543만5891엔(약 71억원)이 됐다. JGTO 역대 순위 31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허석호(43)가 지켜온 국내 1인자 자리를 빼앗았다.
이번 대회 한국인 첫 우승자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도켄홈메이트컵은 1993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3년간 진행하면서 단 한 차례도 한국인 우승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우승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2009년엔 김종덕(55)은 오다 고메이(일본)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우승컵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 8년째 출전한 김경태 역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통산 5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오른 지난해는 공동 15위에 만족했고, 3승을 거두며 한국인 첫 상금왕을 차지한 2010년에는 첫날 선두에 오르고도 공동 4위에 만족했다. 2011년은 공동 11위, 2012년 공동 26위, 2013년 예선 탈락, 2014년 공동 1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