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한진해운을 살려보겠다는 구원투수로서의 의지가 대단했다. 그는 선친 고 조중훈 회장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을 실현한다는 취지로 한진해운의 정상화를 위해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취임 당시 그는 “한진해운이 진행 중인 경영정상화 노력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한진그룹 계열사의 일원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 ㈜한진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육해공 수송·물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진해운이 흑자를 내기까지 회장직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계열사들로부터 1조원을 지원받는 등 총 2조1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또 비용절감, 고비용 저효율 선박 처분을 통한 노선 합리화, 수익성 낮은 노선 철수 등 뼈를 깎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감행해 2014년 2분기부터 영업흑자를 실현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이 같은 다각적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 컨테이너 선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지속됐다. 이에 조 회장은 자구 노력만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2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서를 내며 경영권을 포기한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뼈를 깎는 수준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며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후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한진해운 역시 지분 매각, 사채권자 집회 개최 등 자구안 이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