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판 양적완화’ 명과 암

입력 2016-05-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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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은 여전히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죠. 사진은 지난e달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는 이주열 총재.(연합뉴스)

‘한국판 양적완화(QE; Quantative Easing)’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에 쏙 들어갔던 새누리당 총선 공약을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꺼내 들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죠.

뭔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지난달 말 이투데이에 게재된 ‘박 대통령이 꺼내 든 한국판 양적완화…안철수의 이유 있는 걱정’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찬성파 주장은 간단합니다. 좀비기업을 걸러내려면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에 ‘실탄’을 지급해야 한다는 거죠. 이들은 한국판 양적완화가 ‘구조조정 실기(失期)→은행 부실→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선제적 방안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반대파는 시중에 돈(유동성)이 넘쳐나면 자산버블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은의 고유 업무인 발권력을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죠.

“그래서 한국판 양적완화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답답합니다. 차라리 ‘정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전문가들 의견은 어떨까요?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금융시스템 위기 막는 수단”
산업ㆍ수출입은행이 자본 확충 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더 부실해질 겁니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1990년대 자산 버블이 꺼지고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일본 은행들은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았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BOJ) 기준금리를 낮추며 대응에 나섰지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은 심화됐고 금융사들은 연쇄 도산했죠.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주는 ‘양적완화’ 얘기가 나온 건 1990년대 후반입니다. 이마저도 2년간의 논의를 거쳐 2001년에서야 도입됐죠. 이미 경기침체는 10년째 계속됐고, 금융기관들은 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은 후였습니다. 지금 우리 상황도 비슷합니다. 은행 건전성에 의구심이 생길 경우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 부도 위험(소버린 리스크)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출처=금융감독원ㆍ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 “자산 버블→소비 위축→디플레이션 심화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하면 됩니다.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해결하려 하는 건 중앙은행 설립 취지에 반하는 일이죠. 물론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따져봤을 때, 국책은행 1조~2조원 출자는 큰돈이 아닙니다. 문제는 ‘선례’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쉬운 길만 고집하면 그 정책에 매몰 수 있습니다. 한은의 발권력이 ‘정책 도구’가 돼버리는 거죠. 효과도 미지수입니다. 자산버블을 통해 소비를 위축시켜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주식ㆍ채권ㆍ외환, 트리플 약세 가능성”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 국가입니다.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한반도 내에서만 돈이 돌다 보니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겠죠. 원화 약세 요인입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한국서 돈을 빼낼 겁니다. 수출 경기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특히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주식ㆍ채권ㆍ외환 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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