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강원도청 기획재정협력관
숲 속에서 살던 사향노루가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습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거야.”
사향노루는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험준한 산과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에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곳, 익숙한 것, 나 자신보다
더 먼 곳, 더 새로운 것,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행복과 사랑을 찾고 있는 우리들은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죽어간 사향노루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