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한 숨 돌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에 추대하기로 합의, 영화제 정상 개최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부산영화제 집행위는 9일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적인 운영을 지키기 위해 부산시와 오랫동안 협의를 해왔다”며 “그 협의과정에서 중요한 첫 걸음을 함께 내딛게 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부산시와 영화제는 정관에서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당연직제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해 올해 영화제 준비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월 중에 임시총회를 열어 급한 대로 관련 정관을 개정하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시선을 다소 복잡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영화제 독립성 보장에 대한 부산시의 확실한 의사 표명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제 집행위 인사들에 대한 재판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갈등의 씨앗은 아직 남아있다.
영화 ‘시’ ‘화이’ 등을 제작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이번 사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번 부산영화제 사태에서 부산시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 두 가지”라며 “올해 부산영화제를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치르는 것과 부산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요구하며 부산시와 맞서온 영화계가 분열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부산시는 두 가지를 다 얻었지만 영화계는 얻은 것 없이 대오만 흔들리게 생겼다. 부산시의 출구전략을 완벽히 도와주는 최악의 그림이다. 김동호 전위원장님과 강수연 위원장의 선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고 안타까운 결과”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 영화 관계자 역시 “부산시장이 아무 사과도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이런 결과를 위해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결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제까지 이제 5-6개월. 과연 올해 10월 해운대에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영화인 없는 영화제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대립했다. 이후 보복 감사 논란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해촉, 자문위원 효력정지 요구 등의 사건으로 잡음을 빚어왔다.